"4대강 로봇물고기가
심해 구조작업도 할 거다"라더니

[2010~2014년 국회 속기록 분석] 천안함 이후 안전 강조했지만...무능했다

등록 2014.04.23 10:20수정 2014.04.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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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최경환 "로봇물고기 2, 3년 후면 심해구조"... 천안함 침몰 후 정부와 국회는 뭘 했나 ⓒ 최인성


[기사 수정 : 23일 낮 12시]

지난 16일 전남 진도 해상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 학생 등 승객 476명 가운데 174명이 구조됐지만, 23일 오전11시 현재 150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152명이 넘는 승객이 아직 실종 상태다.

정부의 지지부진한 세월호 인명 구조 활동은 국민들에게 낯설지 않다. 바로 4년 전 46명의 장병이 목숨을 잃은 천안함 침몰 당시와 너무나 닮았기 때문이다.

해군의 천안함 함미 인명 구조 작업은 사고 발생 16시간 만에 시도됐지만, 해군 잠수요원들의 진입은 강한 조류 탓에 성과가 없었다. 군은 불허했던 민간 잠수사를 사흘이 지나 허용했고, 닷새 만에야 선체 공기주입에 성공했다.

세월호에서도 해군 잠수요원들이 거센 물살에 어려움을 겪었고, 급기야 해경은 '민간 장비가 더 좋다'며 민간 잠수사들을 사고 발생 사흘 만에 본격 투입했다.

왜 우왕좌왕 무질서한 구조대책이 반복되고 있을까? 정부는 과연 천안함 침몰 이후 어떤 재발방지 노력을 했을까.

4년 전 민간 잠수사 초기 투입 강조했던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오마이TV>는 지난 2010년 3월 천안함 침몰 이후 올해까지 열린 국회 본회의와 관련 상임위, 그리고 예산이 결정되는 예결위의 회의록을 모두 살펴봤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냐 아니냐를 따졌을 뿐, 재발방지를 위한 시스템 구축과 심해 구조 체계 정비를 위한 제안이나 보고는 없었다.

특히 현재 박근혜 대통령에게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해 직접 총괄 보고하는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한나라당 의원 시절이던 4년 전 민간 잠수사 조기 투입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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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19일 오후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장수 한나라당 의원이 검은 넥타이에 근조 리본을 달고 천안함 침몰 사고원인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그때 (2006년 군부대 익사사고) 당시 현지 어민들하고 민간인 스쿠버 요원의 도움이 가장 컸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초창기부터 민간 전문요원과 함께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 2010년 3월 29일 국회 국방위원회, 김장수 한나라당 의원  

하지만, 이번에도 본격적인 민간잠수사 투입 시기는 전혀 빠르지 않았다.

국회 예결위에 나온 국방장관은 46명의 장병이 목숨을 잃었는데도 천안함 인명 구조 작전이 잘 됐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그 당시에 우선 인명을 구조한다든가 이런 면에서는 적절히 이루어졌습니다." - 2010년 11월 29일 국회 예결위, 김태영 국방장관

회의록에 남겨진 발언 중 가장 놀라웠던 것은 바로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이었던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발언.

최 장관은 예결위 답변에서 4대강 로봇물고기의 효용을 강조하던 중 로봇이 심해구조작업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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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당시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그해 10월 4일 열린 경제분야에 관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얼마 전에 천안함 침몰이 있었습니다만 수중의 어려운 작업들을 로봇이 다 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이 될 수가 있습니다... 2, 3년 후의 얘기는 얼마든지 할 수 있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 2010년 11월 26일 국회 예결위,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하지만, 4년이나 흐른 지금 세월호 침몰 현장에 투입된 로봇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제2의 천안함 침몰 사태를 막기 위해 국회에서는 2011년도 천안함 긴급예산 1150여 억 원을 편성했지만, 해군에게 배정된 예산은 전체 예산의 3분의 1도 되지 않았다.

K-2소총 192억 원, K-11복합형소총 134억 원, 기관총 조준경 75억 원 등 천안함 특별예산의 대부분은 육군 예산으로 책정됐고, 해군 장비 개선 사업에는 군함 성능 개량 172억 원, 음향센서 89억 원, 레이더 10억 원 등 고작 300억 원이었다.

해군은 천안함 침몰 이후 잠수 장비 예산이 2011년에는 5배로 증액됐고, 이후 연도별로 120~190%씩 증가됐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장비 구입내역은 공개하지 않아 심해구조장비 도입 여부는 알 수 없다.

해양경찰청도 심해구조 대책은 부실했다.

천안함 침몰 직후 해경의 해난 구조 관련 사업 예산은 22억 원에서 168억 원으로 급증했지만, 전부 해변이나 연안 발생 사고를 대비한 예산이었다. 연안 구조를 위한 고속제트보트나 수상오토바이를 구입했을 뿐 심해구조 예산은 찾아보기 어렵다.

해경은 지난 1994년 해저음파탐지기, 무인수중카메라, 감압챔버 등을 갖춘 구난함 3001함을 건조했으나, 졸속 도입으로 현재 주로 경비함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실상 대형 해난 사고 시 즉각 대처할 수 있는 대형구난함은 없는 상황이다.

취임식에서 '국민 안전' 약속한 박근혜 대통령

천안함 침몰 당시 드러났던 이명박 정부의 허술한 위기대응도 박근혜 정부에서 반복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 운영의 양대 축으로 '국민 안전'과 '경제 부흥'을 강조하며, 안전을 우선시한다는 의미로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이름까지 바꿨다. 안행부는 '재난 및 안전사고에 선제적 대응체계를 마련한다'며 관계 부처 합동으로 '국민안전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재난원인조사단 운영, 안전수칙․ 매뉴얼 보완 등을 통해 사고를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데 역점을 두겠습니다." - 2014년 2월 24일 국회 안행위, 유정복 새누리당 인천광역시 예비후보 / 안전행정부 장관

안전대책의 총책임을 맡은 유 장관은 인천시장 출마를 위해 지난 3월 사퇴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 불과 하루 전에 국회에 나온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도 철저한 안전관리와 인명 구조를 내세웠다.

"바다에서의 안전을 가장 기본으로 챙기겠습니다.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바다에서의 모든 경제․문화 활동은 사상누각이라 할 수 있습니다." - 2014년 4월 15일 국회 농해수위,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저희 청은 바다에서의 안전한 삶과 휴식을 바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선제적으로 부응하여 해양사고 30% 줄이기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해양재난 대응체계 고도화를 통해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구조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 2014년 4월 15일 국회 농해수위,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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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2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남소연


박근혜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정부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민 행복의 필수적인 요건입니다. 대한민국 어느 곳에서도, 여성이나 장애인 또는 그 누구라도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정부 역량을 집중할 것입니다." - 2013년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이토록 안전을 강조하고 장담했지만,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2010년 46명의 장병이 목숨을 잃으며 온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했던 천안함 침몰. 심해구조 시스템 구축을 외면한 탓에 천안함 침몰은 4년이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도 세월호 침몰 사고의 비극으로 되풀이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천안함 #박근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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