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 그 비율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3 동물복지 국민 의식조사'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인구 비율이 28.2%에 이른다. 작년 25.4%에 비해 2.8% 상승했고, 역대 최고 수치이다. 이처럼 반려 인구는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제도적 정비는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다. 

가령,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반려견을 기르는 가정도 많아졌는데, 이때 발생하는 여러가지 문제들은 오롯이 '개인'에게 맡겨져 있는 상황이다. 엘리베이터를 함께 사용해야 하는 문제, 1층 현관이나 산책로 등에서 반려견들끼리 짖거나 엉켜 다투는 문제 등은 비반려인 입장에서는 불편한 일이다. 앞으로 야기될 수 있는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진돗개의 심상치 않은 입질
 
 KBS2 <개는 훌륭하다> 스틸 이미지.

KBS2 <개는 훌륭하다> 스틸 이미지. ⓒ KBS2

 
진돗개 이쁘니(암컷, 16개월)

지난 6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에는 공동주택(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진돗개 이쁘니가 고민견으로 등장했다. 모색이 회색빛이라 '재구'로 분류되는 이쁘니는 얼핏 늑대와 비슷해 보였다. 아내 보호자는 시아버지가 회사 옥상에서 키우던 이쁘니가 안쓰러워 집으로 데려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5주밖에 안 된 어린 개가 찬바람을 맞는 게 걱정됐던 모양이다. 

준수한 외모를 지닌 진돗개 이쁘니에게는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 아내 보호자는 줄 빠짐을 대비해 목줄에 보호자용 몸줄까지 착용하고 산책에 나섰다. 그런데 집 밖에 나오자마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이쁘니는 다른 반려견을 보고 으르렁대기 시작하더니 흥분해서 달려들려했다. 제지하는 보호자의 손에 입질까지 했다. 그 후에도 예고 없는 급잘진은 계속됐다. 

반려견, 고양이, 새 등 움직이는 모든 동물이 표적이었다. 체격이 작고 근력이 부족한 아내 보호자는 흥분한 이쁘니를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지켜보던 강형욱 훈련사는 "공격적인 반려견을 통제 못하는 건 음주운전과 똑같"다며 한숨을 내뱉었다. 공동 주택 내에서 벌어지는 위험한 상황들은 보는 이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 아찔하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리라. 

"저거는 성적이라기보다는 놀리는 거예요. 놀이방식이 되게 많은데 마운팅으로 놀고 싶어한다는 건 서열을 알고 있고, 서열이 중요한 개라는 거죠." (강형욱)

또 다른 문제도 발견됐다. 관찰 카메라에 소파 위에서 갑자기 담요를 긁어모으더니 마운팅을 하는 이쁘니의 모습이 포착됐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쁘니는 아내 보호자에게'만' 매달려 마운팅을 했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그 때문에 아내 보호자의 온몸은 상처투성이였다. 병원에 가면 가정폭력으로 오해받기도 할 정도라고 하니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이 됐다. 

강형욱은 이쁘니의 마운팅은 '유희적 행위'라고 분석하면서 아내 보호자를 "만만하거나 요구를 빨리 들어주는 사람"으로 여길 거라 예상했다. 또, 서열이 중요하지 않은 개들은 장난으로도 마운팅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남편 보호자는 힘들어 하는 아내 보호자를 걱정해 파양까지 고려하고 있었지만, 아내 보호자는 외로움을 채워준 이쁘니를 놓지 못하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현장에 출동하기에 앞서 강형욱은 공동주택에서의 반려견 양육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인구밀도가 높고 공동주택이 많은 나라에서는 반려견을 어떻게 키워야 할까. 우선, 강형욱은 대단지 아파트를 지을 때 반려견 양육이 가능한 건물을 특정해 분양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그리하면 비반려인의 고충이 줄어들고, 반려인들도 눈치를 보지 않고 수월하게 생활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일본에서 도입하고 있는 '펫 버튼'도 소개했다. 승강기에 반려동물과 함께 탔을 때 이 버튼을 눌러 다른 층의 사람들에게 알리는 장치인데, 이를 통해 놀라지 않고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알리고, 다음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도록 배려할 수 있다. 이처럼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면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고려한 새로운 주거 형태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은 이쁘니가 냄새를 충분히 맡도록 기다렸다. 이쁘니는 코가 닿을 듯 말듯 조심스럽게 탐색했는데, 최고 수위의 경계 태세를 취했다. 말린 꼬리는 두려움이 상승했다는 걸 방증했다. 강형욱이 신발을 벗고 들어오려하자 이쁘니는 다시 냄새를 맡았고, 거실로 오니 또 한번 냄새를 체크했다. 공간을 분리해서 생각하고 있어 이동할 때마다 상태가 변했다고 여기는 듯했다. 

"서열이 중요한 반려견도 있어요." (강형욱)

강형욱은 아내 보호자가 피지컬적으로 너무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위험하다고 판단될 땐 브레이크를 확 당겨서라도 통제할 수 있는 근육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지금처럼 이쁘니의 힘에 못 이겨 휘청거리며 끌려다녀서는 절대로 대형견을 컨트롤 할 수 없다. 솔루현 현장에서 매번 강조했던 것처럼, 강형욱은 강한 리더가 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간 주도권 훈련
 
 KBS2 <개는 훌륭하다> 스틸 이미지.

KBS2 <개는 훌륭하다> 스틸 이미지. ⓒ KBS2

 
'공간 주도권 훈련'을 위해 이쁘니는 소파 아래로 내려보내고 목줄도 착용시켰다. 아내 보호자의 동선을 가로막고 누워 있는 이쁘니는 누운 채 길을 내주지 않았다. 무시하는 듯한 태도였다. 공간의 점유를 통해 서열의 우위를 점한 것이다. 강형욱의 지시에 따라, 이쁘니의 다리 사이로 엄마 보호자의 발을 집어넣자 그제야 물러나기 시작했다. 이때 감정은 빼고 무심한 태도를 취하는 게 중요하다. 

이후 이쁘니는 소파를 차지하려고 애를 썼다. 강형욱은 아내 보호자에게 블로킹을 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물리적인 힘이 부족한 데다 마음이 약해 강단있게 블로킹을 하지 못하니 이쁘니는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강형욱은 완전히 밀쳐야 한다며 더 세게 밀라고 계속해서 아내 보호자를 푸시했다. 함께 살기 위해서는 더 강해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지금보다 두 단계 더 강한 힘으로 밀쳐야 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장난치는 줄 알아요." (강형욱)

주도권 훈련은 장장 3시간 동안 이어졌다. 오랜 시간 제멋대로 살아온 이쁘니에게 규칙을 가르치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반려견 훈련에 있어 '조기 교육'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강형욱은 "블로킹 훈련을 해도 잘 안 되는 분들이 많"은데, 그건 "제대로 된 블로킹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결국 교육 시기보다 중요한 건 보호자의 교육 의지일 것이다. 

내친 김에 산책 훈련도 이어졌다. 강형욱은 "다른 반려견을 보고 달려드는 행동 자체를 용납하면 안"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또, 근력이 약한 아내 보호자에게 훈련 중 핀치 칼라를 사용할 것을 추천했다. 통제력을 보완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그러면서 근육량을 10kg 늘리라고 권유했다. 위험한 상황에서는 자신의 반려견을 안고 집으로 뛰어올 정도의 근력은 갖춰야 한다는 얘기였다. 

강형욱은 이번 솔루션을 통해 반려견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보호자의 조건에 대해 강하게 표현하고자 했다. 자신의 반려견을 사랑하는 건 당연하지만, 보호자로서의 '책임감'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는 메시지였다. 반려견을 통제할 수 있는 체력과 근력을 기르고,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리더십을 쌓아나가는 것이야말로 반려견이 원하는 보호자의 모습이라는 걸 알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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