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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속의대화>는 정답이 없는 곳이기에 '특별한 어둠'을 경험하고자 하는, 일상에서의 휴식이 필요한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단 100분 동안의 여행이지만 100분 그 이상의 가치를 경험하시게 될 겁니다."(로드마스터 조정화)

<어둠속의대화>는 시각을 제외한 몸의 감각과 흰지팡이, 로드마스터(Roadmaster), 일행에 의지해 100분간 어둠을 체험하는 전시다. 1988년 독일에서 처음 시작되어 그리스, 멕시코, 브라질, 중국, 일본, 러시아, 터키 등에서 전시되고 있으며 한국에는 2007년 처음 선보였다.

"다섯 걸음만 앞으로 가세요", "만져보세요", "무엇인 것 같나요?", "동료의 이름을 불러보세요", "지팡이로 바닥을 쳐 보세요", "무엇이 들리나요?", "어떤 맛인가요?"

안내자 로드마스터의 음성에 따라 일행 혹은 처음 만난 타인과 함께 팀을 이루어 한 타임에 최대 8명이 어둠 속을 걷는다. 벌써 100분이 지났나? 생각이 들 정도로 남녀노소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이지만 두려움 없이 전시를 완주할 수 있었던 것은 혼자가 아닌 함께였기 때문이라는 로드마스터의 말은 '인간과의 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전시는 로드마스터의 역량과 누구와 함께 참여하느냐에 따라 깊이가 달라진다. 그만큼 함께하는 이들과의 교감이 중요하다. 지난 2월 12일, 로드마스터이자 ㈜엔비전스 운영자인 조정화 씨와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어둠속의대화> 키워드로 '어둠=얻음', '일상의 재발견', '진정한 소통'으로 꼽았다.

종로 가회동에 있는 <어둠속의대화> 전시장
 종로 가회동에 있는 <어둠속의대화> 전시장
ⓒ 김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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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속의대화> 체험전시는 언제 시작되었으며 누가 기획한 것인가요?
"1988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안드레아스 하이네케 박사에 의해 시작되어 유럽, 아시아, 미국 등 전 세계 160여 개 지역에서 1,000만 명 이상이 경험하고 있는 국제적인 전시 프로젝트입니다. 2007년 예술의전당에서의 단기전시를 시작으로, 2010년 1월에 신촌에서 상설전시로 오픈된 후, 2014년 11월에 북촌으로 옮겨와 어둠 속에서의 특별한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 <어둠속의대화>는 사회적기업 ㈜엔비전스가 기획‧운영하고 있습니다."

- 전시 오기 전, 어떤 준비를 하고 오면 더 뜻깊을까요?
"상당수가 지인의 추천을 통해 오시고 계십니다. 재미있는 것은 추천을 해주시는 분들이 한결같이 "그냥 가 봐! 가보면 알아!"라고만 하신다는 겁니다. 아리송한 방식의 추천이 낯설게도 또 그만큼 흥미롭게도 여겨진 분들이 실제로 <어둠속의대화>를 찾아와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시면서 "아! 왜 그 친구가 아무것도 찾아보지 말고 그냥 경험해 보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아요. 저도 제 소중한 지인들에게 그냥 가보라고 추천하겠습니다!" 하십니다.

어둠은 정답이 없습니다. 누구라도 일행이 되고 또 타인이 되기도 합니다. 어둠 속에서 들리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자신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자신과는 다른 그저 타인이라고만 느끼던 사람들에게서 따뜻한 위로와 온기를 얻기도 합니다. 그러니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오시면 됩니다. 그렇더라도 어둠 자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공포감, 건강상의 이유로 어둠에서의 여행이 어려우신 분들은 충분히 고민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어둠 속 여행길은 매우 안전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개인 차이가 있으니까요. 참고로 완전한 어둠 속에서 온전한 대화만으로 이루어지는 체험이니만큼 입장 가능 연령은 8세 이상 70세 이하이며, 컨디션 난조, 음주를 하신 분, 폐소공포증 등이 있으신 분, 외국인, 장애인분들은 안전을 위하여 상황에 따라 입장이 제한되기도 합니다."

- 전시를 안내하는 로드마스터는 어떤 일을 하나요?
말" 그대로 '로드마스터'의 역할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어둠'하면 부정적이고 답답한 상황을 떠올리게 마련이지요. 하지만 '어둠'은 우리에게 꽤 익숙하고 편안한 곳입니다. 우주의 어둠 속에서 우리는 무한한 미래를 꿈꾸고, 밤의 어둠 속에서 우리는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으며, 세상 그 어느 곳에서보다 안전한 엄마의 자궁 속에서 우리는 설레는 인생을 준비하니까요. 로드마스터는 이 어둠에 대한 이야기를 안전하고 편안하고 특별하게 관람객들과 나누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요컨대 로드마스터는 어둠 속 여행길을 안전하게 안내하는 '길의 마스터', 감각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감각의 마스터', 그로 인해 가능한 자신과 타인과의 진정한 의미에서의 소통을 리드하는 '소통의 마스터'로서의 역할을 합니다. 참고로 '로드마스터'라는 호칭은 한국에서만 사용하고 있으며, 다른 나라에서는 '가이드(Guide)'로 통칭하고 있습니다."

- 로드마스터로서 어둠 속에서 관객을 이끌며, 질문하면서 대화를 합니다. 많은 공부가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떤 준비들을 하는가요?
"<어둠속의대화>를 찾아 주시는 분들은 남녀노소 불특정 다수입니다. 그들과의 온전한 소통이 가능하게 하려면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역량 강화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회사에서는 정기적인 투어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교육을 비롯하여 주 4일제 도입을 통해 매주 1일의 자기계발의 시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이 유의미하려면 무엇보다도 로드마스터라는 직업이 자신의 적성에 맞아야 하며, 그로 인한 즐거운 에너지가 다시 관람객들에게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한 스스로의 노력이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 많은 이들이 다녀갔습니다. 기억에 남는 관람객이 있다면?
"<어둠속의대화>를 다녀가신 분들의 입소문 덕분에 <어둠속의대화>는 중학교 도덕 교과서에 실려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학생들이 체험학습이나 가족 단위로 관람을 많이 오고 있습니다. 한 초등학교 여학생이 부모님과 함께 관람을 왔는데 여행 마지막에 오늘 여행이 어땠는지를 물어보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우리 반에 있는 한 아이가 생각나요. 그 애는 엄마가 아프리카 쪽 외국 사람이어서 애들이 많이 놀리고 같이 놀지도 않고 싫어해요. 근데 왜 자꾸 그 애가 생각나는지 모르겠어요.'

또 이십 대의 손녀가 할머니와 함께 관람을 왔었습니다. 할머니의 건강이 많이 좋지는 않으셔서 걸음을 천천히 걸으시기에 혹여 피곤해하시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여행이 끝날 무렵 하시는 말씀이 '우리 착한 손녀와 로드마스터 선생님 덕분에 이렇게 귀한 경험을 하고 가네요. 우리 손녀 아니었으면 나는 이렇게 좋은 곳이 있는 줄도 모르고 죽을 뻔했네요. 우리 착한 손녀와 로드마스터에게 이 감사를 어떻게 전해야 할지'하시며 손녀분과 제 손을 꼬옥 잡아 주셨습니다.

그리고 배 속의 아이와 함께 찾아 주신 여성분께서 '배 속의 우리 아가가 이렇게 세상을 느끼고 있겠죠?!' 하시기도 하고요. 떠오르는 분들이 한두 분이 아니네요. 한두 분의 특별한 누군가가 기억에 남는다기보다 어둠 속 여행길에서 만나는 모두가 특별한 것 같습니다."

- 로드마스터를 하면서 자신에게도 변화가 있을까요?
"네, 물론입니다! 어둠 속에서의 특별한 만남은 로드마스터가 아니면 알지 못하는 행운과도 같은 경험입니다. 관람객은 100분이라는 시간 동안 특별한 경험을 하고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로드마스터는 관람객들과 만나는 매시간 다양한 시간을 사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고민을 나누며 소통을 하기에 그 시간을 통해 자신의 가치와 의미를 스스로 발견하고 깨닫게 됩니다. 물론 매 순간 모든 여행이 즐겁고 행복한 소통일 수만은 없겠지만 그조차도 로드마스터에게는 경험이 되고 자산이 되어 결국 본인 스스로가 성장하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야말로 영양가 있는 변화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 기업과 학교, 모임 등 단체 관람을 많이 하는데, 단체 관람 진행에서 차별점이 있을까요?
"기업과 학교, 모임 등 각종 단체에서 오시는 분들은 저마다의 키워드를 가지고 관람을 하시고자 합니다. 물론 특별한 키워드 없이 모임 구성원들의 친목을 도모하고자 하시는 경우도 있지만 이조차도 '친목'이라는 키워드가 있는 셈이지요. 따라서 저희는 단체로 오시고자 하는 분들과 예약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내용들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최대한 그것에 맞게 투어가 진행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 어둠 속에서 진행되는 체험전시입니다. 관람객의 안전은 어떤 식으로 대비하고 있나요?
"어둠 속에서의 안전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어둠 속 여행길이 안전하지 못하다면 그 누구도 편안함을 느끼지 못할 테니까요. 이에 대해서는 <어둠속의대화>를 운영하는 각 나라와 약속된 국제 규정이 있고, 각 나라는 이 규정에 맞도록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도 이 규정이 잘 지켜지고 있으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 늘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로드마스터를 포함한 전체 직원들의 안전교육과 더불어 시설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어둠속의대화> 관련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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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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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는 어떤 식으로 변화해갈지?
"100% 완전한 어둠이라는 이색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지난 30년간 수많은 시도와 변화를 거듭해 온 <어둠속의대화>는 전시와 퍼포먼스가 접목된 'Exhi-Performance'라는 신개념의 종합예술로 진화하였습니다. <어둠속의대화>가 생각하는 변화와 진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어둠속의대화>다운 변화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저희는 한국 <어둠속의대화>만이 간직한 고유의 특성을 지켜가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명만 간단히 소개해 드리자면, 완전한 어둠 속에서의 다양하고 특별한 공연이 펼쳐지는 '다크콘서트(Dark-Concert)', 편안한 어둠 속에서의 다정한 대화와 따뜻한 식사 '다이닝인더다크(Dining in the Dark)', 특별한 날을 기념하고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연인, 친구, 가족들을 위한 '스페셜투어(Special-Tour)', 학교 기업, 모임 등 각종 단체의 니즈에 맞는 프로그램 '워크숍투어(Workshop-Tour)' 등이 있습니다.

- 전시뿐만 아니라 강연 등 관람객과 만나는 다른 프로그램들도 있나요?
네. <어둠속의대화>를 관람한 기업이나 각종 단체 등에서 요청하는 주제에 맞게 강연 및 간담회 등이 진행되기도 하고, 체험학습으로 다녀간 학교들의 요청으로 관련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외부에서의 다양한 행사에 초청되거나 기업 등의 각종 이벤트 등을 위해 전체대관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 그동안 전시를 찾은 관람객과 앞으로 찾을 관람객에게 인사를 전한다면?
"<어둠속의대화>는 특별한 광고 없이 관람객들의 입에서 입으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며 현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의미 있게 이어질 것입니다. 그렇기에 <어둠속의대화> 가족들에게 있어 관람객의 의미는 관람객 그 이상의 '관계'입니다. 이런 분들께 드릴 인사는 단 한 마디, '감사합니다'입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기억하고 계신 그리고 경험하게 되실 그 '어둠'이 변함없이 특별할 수 있도록 소중히 지켜가겠습니다!

전시를 기획 운영하는 엔비전스는 사회적 기업입니다. 어떤 비전을 갖고 실천하고 있나요?
엔비전스는 끊임없이 성장하는 사회적 기업으로서 취약계층에게 특성화된 직업영역개발 및 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소수와 다수가 함께하는 기업으로 성장해 가고자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 3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전시장 :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 1-29 <어둠속의대화>
일시 : 2017.01.20 ~ 오픈런
문의 : 02-313-9977
홈페이지 : dialogueinthedark.co.kr



태그:#어둠속의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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