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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9일 3박4일간의 일본 국빈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가운데 '일본의 상징적 국가원수'를 둘러싼 호칭 문제가 새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노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들과 달리 과거사를 언급하지 않은 것에 분개하는 가운데 일본국왕을 '천황'으로 호칭한 것에 대해서도 토를 달고 있다.

청와대와 외교통상부를 막론하고 우리 정부에서는 일본국왕을 공식적으로 '천황'이라고 표기했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식민통치라는 역사의 상흔을 안고 있는 우리나라가 일본이 자국의 왕을 신격화해서 호칭하는 '천황'을 따를 필요가 없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방일기간중 국내 언론사들도 '일왕(日王)'과 '천황(天皇)' 사이에서 어느 쪽 표기를 따를 것인가를 놓고 고심하는 흔적을 보였다. 각 언론사별 '선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천황'으로 표기한 언론사 : 동아일보, 국민일보, 한국일보, 연합뉴스, KBS.
- '일왕'으로 표기한 언론사: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대한매일, 세계일보, SBS, YTN.


특기할 만한 것은, 방송3사중 MBC는 유독 '일황(日皇)'이라는 독자적인 표현을 고집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어떨까? 2차대전때 일본에 괴롭힘을 당했던 아시아 국가들의 호칭은 각양각색이다. 중국과 대만은 일본식으로 '천황'이라고 부른다. 반면,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은 '일왕'에 가까운 의미의 단어를 사용한다.

2차 대전 때 일본과 싸웠던 미국, 영국 등 영어권 국가들은 물론 영어를 사용하는 필리핀과 싱가포르는 'king(왕)' 대신 'emperor'(황제)를 택했다. 프랑스와 독일 역시 '황제'를 뜻하는 'empereur'와 'kaiser'를 각각 사용한다.

'천황'에 대해 유독 '일왕'을 고집하는 우리 국민의 정서는 89년 재일동포 지문날인 파동에서 비롯됐다. 대일 감정이 악화되면서 '천황' 호칭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게 된 것이다.

이전까지는 '천황'이라는 호칭을 스스럼없이 사용하다가 89년을 기점으로 국내언론은 '일왕', 한국정부는 '일황'으로 부르게 됐다.

94년 3월26일자 <한겨레>는 "일본을 방문한 김영삼 대통령이 아키히토 일왕의 만찬 환영사에 대한 답사를 읽는 중에 ‘천황폐하’를 여러번 언급하는 모습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보던 독자들이 '아무리 의전상 관례라고 해도 천황폐하란 말을 세 번씩이나 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항의해왔다"고 전하고 있다.

잠복해있던 호칭 논란은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98년에 재연됐다. 박정수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이 그해 5월 서울주재 외신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한일간의 문호를 개방하고 천황의 방한까지도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천황'이라는 호칭을 사용한 것이다.

작년 1월 대선 출마가 확실시되던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일본 국왕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일본 기자의 질문에 대해 "천황이니 일왕이니 호칭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고 답했다가 측근들로부터 "민감한 외교사안에 대해 너무 가볍게 대답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유사한 질문을 받지 않았지만 이번 방일을 통해 "호칭 문제에 관한 한 형식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다시금 고개를 든 '일본국왕 호칭' 논란은 우리 국민들이 일본을 보는 복잡한 감정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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