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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인플루엔자 환자의 신속한 격리치료를 위한 거점 병원이 전문적인 치료 여건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보건당국이 이를 무시한 채 대다수 종합병원을 거점 기관으로 지정하면서 '밀어 붙이기 행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신종플루 환자가 발생하자 2개월 전인 지난 6월 신종플루 확산에 대비해 각 지역별로 거점병원을 지정했다.

 

충청권에서는 충북의 경우 충북대병원, 대전·충남에서는 충남대·을지대·건양대·대전보훈·유성선병원 등이 이 시기에 처음으로 신종플루 거점 병원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신종플루 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공기를 통해 급속도로 전염되는 특성상 격리병상과 공기 차단 및 정화 시설이 필요하지만 이 시설을 갖춘 병원은 단 한 곳도 없다. 그나마 충남대병원이 충청권에서는 유일하게 관련 시설을 설치하고 있지만 현재 공사가 진행 중으로 정상 가동되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른 전문 치료시설이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신종플루가 급속도로 확산되자 보건당국은 기존 병원을 포함해 거점병원만 늘려 잡은 게 전부였다. 충북의 경우 충북대병원에서 청주의료원, 청주성모병원 등 청주지역 종합병원을 대부분 포함시켜 모두 21곳의 병원이 거점병원으로 지정됐다.

 

대전은 충남대병원에서 대전 선병원, 건양대병원 등 모두 7곳으로 늘었고, 충남은 천안의료원 등 25곳이 지정됐다.

 

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거점병원이 언제든 환자를 즉시 치료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신종플루 창궐시 비상용으로 활용하기 위한 안심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신종플루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10억 원이 넘는 음압시설을 자체적으로 설치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병원은 감염우려 등으로 신종플루 환자가 오지 않기를 내심 바라고 있지만 정부의 정책에 마지 못해 거점병원 지정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우려는 사실로 드러나면서 보건당국의 안일한 대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26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최근 신종플루 치료거점병원 455곳 가운데 23개 병원을 대상으로 한 모니터링 결과, 별도공간을 확보하지 않은 의료기관이 7곳으로 조사대상의 30%에 달했다. 신종플루 거점병원의 30%가 별도 진료공간도 없다는 얘기다. 이들 조사대상 의료기관은 대학병원급이어서 별도공간을 확보하지 않은 병원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별도공간을 갖추고 있는 의료기관도 응급실이나 환자대기실, 격리진료실, 진료실 인접 독립공간, 다른 건물 등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신종플루 치료를 위한 전문적인 격리치료 시설을 갖춘 곳은 사실상 소수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입원환자를 위한 별도병상을 확보하지 못한 곳은 응답기관도 13%였고, 중증환자를 치료하는 중환자실을 마련하고 있지 않은 곳도 전체의 절반에 달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같은 정부의 정책과 보건당국의 신종플루 대처방식은 결국 의료관련 단체들의 반발마저 불러오고 있다.

 

충북의사회 등 전국의사총연합회, 의료개혁국민연대는 신종 플루 거점병원으로 일반 병원이 지정돼 운영에 들어갔지만 정작 대부분의 보건소는 휴일 휴무에 들어가는 등 보건당국은 안일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특히 "종합병원인 거점 병원은 격리 병실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면역력이 약한 중환자들이 입원치료를 받고 있어 오히려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문제점을 강하게 질타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충청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신종플루, #거점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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