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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인 13일 좋은 경험을 했다. 상수리가 '우두둑' 하며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말과 글로는 "알밤이나 상수리 떨어지는 소리가 기가 막히다"고 보고 들은 바 있으나, 직접 들은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마치 수확을 하는 농부의 기쁜 마음이 전해져오는 듯 가슴에 포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원래 이날 산행목적은 보문산 마애여래좌상(磨崖如來坐像)을 찾아보는 거였다. 오후에 '만인사' 김 원장과 함께 했다. 옛 기억에 '호동'쪽으로 들어간 듯 해 방향을 그쪽으로 잡았으나 가서 보니 아니었다. 시간이 쫓기는 것도 아니기에 느긋하게 돌아보기로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앉은 자세의 석불을 발견했다. 나중에 검색해보니 '보문산 민불'이란다. 약병을 들고 있는 약사여래(藥師如來)로 웃는 표정이다. 비록 세련된 멋은 없지만 편안한 표정이다. 얼마나 많은 민초들이 "병을 낫게 해 달라"고 빌고 빌었을까를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큰 키의 석불을 발견했다. 주위가 청소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자주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찾는 석불 같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두상과 몸체가 떨어진 것을 이어놓은 흔적과 몸 일부를 손질한 흔적이 보인다.

 

검색하여보니 '호동 석불입상'이다. 오랜 기간 중생들의 소원을 들어주었던 흔적인 촛농이 여기저기 보인다.  그 옆으로는 지금은 못 먹는 물이지만 약수터도 있다. 대전 중구에서 태어나 대전 중구를 알고 보문산에 대해 안다고 하였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보문산 민불'과 '호동 석불입상'을 이날 처음으로 보았다.

 

 

이어진 하산 길에 김 원장이 "이것이 산초열매"라고 알려준다. 김 원장은 "열매의 매운맛 성분은 살균작용, 구충효과도 있고 정유 성분은 살충효과가 있어 민간에서는 열매 달인 물을 신경통 등에 사용하거나 추어탕 등에 향신제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배우며 걷다보니 범골이다. 범골골짜기는 보문산에서 유일하게 물이 '졸졸졸' 흐르는 곳이다. 오래 전에 이곳을 통해 간 적이 있어 범골 골짜기를 통해 '보문 산성'방향으로 오르면서 '마애여래좌상'을 찾기로 했다. 지나는 길에 밤도 몇 톨 주었다. 아래범골로부터 '보문산성'까지 2.6Km라는 팻말이 보이고 "가다보면 목적하는 바가 나타나겠지"하였으나 길을 잘못 들었는지 보문산 능선 막걸리 판매하는 곳까지 왔다.

 

막걸리 한 잔씩 하고 다시 한 잔을 나누어 마셔 갈증을 없앴다. 그리고 주인장에게 '마애여래좌상'이 있는 장소를 "어떻게 가는지?"를 물어 사람이 지나간 흔적을 보고 하산을 시작했다. 그런데 가다보니 길이 없다. 길을 잃은 것이다. 길을 찾아 헤매는 중에 바람이 지나자 무엇인가 '우두둑'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잘 익은 상수리다. 상수리가 살이 쪄 그동안 감싸고 있던 집(깍정이)에서 탈출하며 낙하하는 것. "우두둑" 상수리 떨어지는 소리에 농사지어본 적이 없으면서도 수확하는 농부의 푸근한 마음이 전해져 온다.

 

가만히 살펴보니 여기저기에 밤색의 살찐 상수리가 널려 있다. 주우며 "일부러 길을 잃게 만들어 상수리를 줍게 만들었다"는 농담을 건넸다. 그리곤 "김 원장과 있으니 길을 잃어도 무섭지 않다"고 김 원장의 기를 살린다.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슬슬 두려워지는 순간에 드디어 능선에 올랐다. 그리고 등산로를 발견, 하산을 재촉했다. 이제 두려움에서 벗어나 살아난 거다. 후일, 시간되면 다시 마애여래좌상 찾는 데 도전할 것을 기약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이비에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보문산, #상수리, #범골, #호동석불입상, #보문산민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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