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모가비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서형이 21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SBS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모가비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서형이 21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모가비, 아니 김서형을 만났다. 얼마 전 있었던 교통사고로 다친 몸이 불편한지 절뚝거렸다. 옆에 있던 소속사 직원이 "아직 병원 치료는 받지 않고 침만 맞았다"고 일러준다. 사진촬영을 위해 신은 하이힐이 위태로워보였다.

이날(21일) 인터뷰 일정만 반나절, 게다가 이틀 정도 더 남았다. 기자가 걱정을 보태자 "괜찮아요, 그래도 할 때 해야지!"라고 결의를 다지는 모습에서 모가비가 보인다. 독한 모가비.

종영한 SBS <샐러리맨 초한지>의 악녀 모가비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라고 쓰고 '분노'라고 읽는다)을 정작 연기한 본인만 몰랐나보다. 드라마 방송 중에 SNS 타임라인이 모가비 이야기로 가득 차더라는 말을 전하자, 김서형은 "체감을 잘 못하겠어"라고 어리둥절해 했다. 트위터도, 페이스북도, 미니홈피도 운영하지 않는다는 그는 더 큰 담력을 요하는 거친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서 시청자 반응을 엿본단다. 반응은 대개 "모가비, '개'무서워!"라고. 

 SBS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모가비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서형이 21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SBS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모가비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서형이 21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SBS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모가비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서형이 21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SBS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모가비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서형이 21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야한 영화 출신에 연기는 곧잘 한다고?"

천하그룹 진시황 회장의 수석비서에서 회장 자리까지 가로챈 악녀. 그가 진시황 회장을 죽이고, 도발하는 극의 후반부에서 시청률은 치고 올라갔다. 모가비에, 극 중 별명인 '모가지'까지 실시간 검색어에 떴다. 악역에 대한 분노가 드라마의 동력이 된 셈이다.

김서형은 "차라리 악역은 욕먹어도 재밌다"며 외려 다른 것 때문에 속상하다고 말했다. 그의 이름을 알린 영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2003년) 말이다. 

"여전히 무슨 작품을 해도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이야기가 나와요. '이 배우가 그 영화에 나온 그 배우야? 뜨악!' '야한 영화 출신에 연기는 곧잘 하네' 이런 반응들 볼 때마다 기분 별로죠. 저한테는 정말 소중한 작품 중에 하나지만, 그렇다고 굴레는 아니에요. 근데 대중들한테는 그게 그렇게 대단한가봐요. 그래서 나쁜 역할 안 해도 나쁜 이야기 들을 바에야 악역을 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SBS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모가비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서형이 21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SBS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모가비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서형이 21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SBS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모가비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서형이 21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SBS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모가비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서형이 21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모가비가 법정에서 미쳐갈 땐 오히려 속 시원했다"

세상 모두가 손가락질하는 '천하의 나쁜X'에게도 사정은 있다. 연기자로서 모가비의 세계를 구축했던 김서형은 누구보다 그의 맘을 알고 있을 터. 그는 "진시황 회장이 후계자에 대해 나에게 한 마디만 물어봤어도 안 죽였을 거야"라고 감정이입했다. 진 회장이 손녀딸 여치에게 모든 걸 물려준다는 사실은 충신으로 보좌했던 모가비에게 모욕감과 배신감을 줬다는 것이다.

진 회장을 죽이는 연기를 한 후, 김서형은 "살인을 했다는 생각에 실제로 몸이 아파 탈진했고, 나흘간 골병을 앓았다"고 말했다. 그렇게 회장 자리에 앉은 모가비가 사치와 허영으로 회사 돈을 탕진하고 살인죄까지 밝혀져 법정에 섰을 때, 김서형은 "내 스스로도 정신이 이상해지더라"라고 회상했다.

"법정에서 미쳐가는 연기를 하면서 힘들었냐고 많이 물어보시는데 진시황을 죽일 때가 가장 힘들었지, 법정에선 오히려 시원했어요. '결국은 이렇게 되는구나'하고 눈물이 멈추질 않았죠. 마지막에는 정신병원에서 범중이 보듬어주는 걸로 끝나서 작가님들께 정말 감사해요. 사실 모가비를 파멸시키고 버릴 수도 있는데 끝까지 놓지 않아줬으니까."

 SBS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모가비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서형이 21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SBS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모가비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서형이 21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캔디만 외롭냐, 악역도 외롭다"

천하의 나쁜X으로는, 모가비 이전에 <아내의 유혹>의 신애리가 있었다. 친구의 남편을 탐한 불륜녀로 대한민국 안방을 분기탱천하게 만든 여자라지만, 김서형이 먼저 발견한 것은 그 안의 외로움이었다.

그리고 연기를 하기 위해 무작정 상경해 친척집에 얹혀살았던 십 수 년 전의 자신을 떠올렸단다. 아버지의 죽음과 어머니의 재가로 친구 집에서 자라며 눈치는 기르고 욕망은 숨겼던 신애리는 의외로 감정이입이 쉬운 인물이었다.

"지금은 벌써 여기서 20년 생활했으니, 서울이 내 생활지역이지만 고향은 따로 있어요. 부모 형제와 떨어져 지냈죠. 어린 나이에 연기자를 꿈꾼다고 하니, 집안에서는 '네가 뭘 하겠냐'는 시선도 있었는데 신애리로 인해 그 기억을 되짚으며 마음이 아팠어요. 남의집살이 쉽지 않죠.

결국 나쁜 사람이든 좋은 사람이든 인간은 누구나 외로워요. 캔디도 외로우니까 주변에 멋진 남자들이 보듬잖아요. 악역도 마찬가지예요. 이런 말은 처음 해보지만, 불륜도 외로워서 저지르는 거겠죠. 연기는 실재가 될 수 없어도, 제가 맡은 인물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연기를 하면서 제가 늘 가지고 있는 전제는 그 '외로움'이에요."

 SBS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모가비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서형이 21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SBS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모가비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서형이 21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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