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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말부터 세계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저의 영어 이름 '데이지'의 꽃말은 희망입니다. 여행을 하며 만난 사람들에게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무엇인지' 묻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기록합니다.[편집자말]
삶을 지탱하는 희망은 무엇일까? 어떤 이유로 삶을 살아갈까? 성인이 되어 마주한 사회에서 회의를 느꼈다. 의문에 답을 내리고자 휴학하고 2023년 2월 말, 세계여행을 떠났다. 세계 곳곳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이유를 찾아간다.

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스콜이 내린 뒤, 다시 해가 쨍쨍히 뜬다. 나는 지금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있다. 세계에 발을 디딘 지 어언 한 달, 기사 한 편 작성하지 못했다. 하루라도 더 늦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여행기의 첫 페이지를 펼친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구름 속에서 여유로움이 엿보인다.
▲ 도쿄국립박물관 앞의 횡단보도 나무 사이로 보이는 구름 속에서 여유로움이 엿보인다.
ⓒ 신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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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도착지는 일본, 도쿄이다. 약간의 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조금씩 새싹이 태동한다. 아기자기한 건물 사이로 높이 솟은 도쿄 타워는 도쿄의 위상을 보여준다. 창가로 들어온 햇살은 은밀하게 아침을 알린다.

도쿄의 아침을 뚫고 첫 번째 데이지의 주인공인 사토시를 만나러 향한다. 사토시와는 '카우치 서핑'이라는 여행 커뮤니티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고 3월 1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훤칠한 키와 오뚝한 코의 그는 나를 만나자마자 반갑게 인사했다. 지역민이 여행지를 소개하고 문화를 교류하는 커뮤니티이다. 사토시는 세계와 소통하려는 열정과 자신만의 교육 철학을 가진 사람이다. 그는 잔잔한 호수 아래에 따뜻한 마그마가 여전히 존재하는 삶을 사는 것 같다. 

우리는 우에노 공원을 배경으로 곳곳을 둘러봤다. 배경이 우에노 공원에서 도쿄의 작은 카페로 바뀔 무렵 나는 사토시에게 물었다. "사토시, 너의 삶에 대해 들려줄래?" 사토시는 물음에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이내 입꼬리가 올라갔다.
 
사토시는 내게 편하게 토시라고 부르라 했다.
▲ 사토시의 모습 사토시는 내게 편하게 토시라고 부르라 했다.
ⓒ 신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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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36살을 맞이한 사토시는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꿈이 있었다. 새로운 문화를 배우고 외국 친구를 사귀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성격을 극복하고자 외국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책으로도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다. 영어는 직접적으로 의견을 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친구였다.

대학 합격 발표가 난 이후 그는 가족과 함께 오스트레일리아로 여행을 갔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왔기에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그는 여행에서 좌절을 맛보았다. 문법에만 집중한 일본의 영어교육은 도움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의 좌절은 사토시에게 교훈을 주었다. 이후 그는 온라인 영어 수업을 수강하고 세상을 공부하기 위해 여행을 다녔다. 나아가 아르바이트로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을 시작했다. 여행과 가르침 두 마리 토끼에 열정을 가진 시절이었다. 여행 이야기는 학생들 흥미로운 주제였기에 두 마리 토끼의 선순환이 이루어졌다. 사토시는 본인의 이야기를 풍성하게 채워갔다.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었기에 대학 졸업 후 직업을 얻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2010년부터 선생님을 준비하여 2011년에 선생님이 되었다. 그러나 쉽게 얻게 된 직업으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는 엄청났다. 그는 아침 8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영어를 가르쳐야 했고 주말에는 농구선생님으로 출근해야 했다. 가르침에 대한 만족은 있었지만, 회의감이 도사렸다. 결국 2016년, 그는 일을 그만두고 뉴질랜드로 떠났다.

뉴질랜드에서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와 가르치는 일을 다시 시작했다. 그러나 이전과 같이 과도한 노동을 하지 않는다. 그는 학생들과 나누는 소소한 이야기를 즐긴다. 학생, 학교 동료와 함께 소통하는 것이 지금 그를 일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꿈이 있다. 학생들에게 넓은 세상을 알려주고 본인의 의견을 말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르치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교육이다.

그에게 좋은 교육이란 '독립'을 알려주는 것이다.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어야 한다. 서른 후반을 앞둔 그에게 생긴 세월은 학생을 이해하는 것을 때로는 쉽지 않게 하지만, 오늘도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눈다는 것은 다시 말해 받는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지금 우리가 서로에게 좋은 대화와 시간을 나누고 있는 것처럼."

그는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다른 꿈을 기획하고 있다. 호스팅, 관광 등 부업을 하며 넓은 사고를 하고 사람들과 꾸준히 소통할 것이다. 흡수한 경험을 좋은 영향력으로 승화시키려는 그의 모습은 카페의 온기를 채운다. 

그 온기에 나도 모르게 언제 행복하냐는 두서없는 질문을 던진다. 그는 "지나고 나서야 의미를 깨닫듯, 행복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순간"이라 답하며 맥주를 마신다. 한 입을 더 마시는 순간 그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진다.

"희망을 믿나요? 당신의 희망, 당신의 데이지는 무엇인가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사토시는 웃음을 비친다. 5년 전 마지막으로 들었던 단어라며 희망이란 단어를 샅샅이 연구하듯이 깊은 고민을 한다.

"나의 희망,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내가 삶을 멈출 이유보다 살아가야 할 이유가 더 많기 때문이야. 나의 데이지는 독립(Independence)이야."

독립의 의미는 다양하지만, 그는 기술로부터의 독립을 예시로 든다. 그는 기술에 의존하기보다 직접 경험하고 느끼는 삶을 추구한다. 최소한의 정보만을 기술로부터 얻고 대부분 시간은 온전히 자신의 감정으로 느끼고자 한다.

수줍음이 많던 어린 시절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도록 돕는 교사가 되기까지의 삶을 존중하고 응원한다. 일본, 도쿄에 첫 번째 데이지가 핀다. 다음 목적지는, 대만이다.

태그:#한송이, #데이지, #도쿄, #SATOSHI,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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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유를 찾기 위해 1년간 떠난 21살의 45개국 여행, 그 길 위에서 만난 이야기 <너의 데이지>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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