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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이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명소인 2023년 8월 현재 회룡포의 모습. 모래봍이 눈에 띄게 돌아왔다. 이번 홍수의 영향이다
 내성천이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명소인 2023년 8월 현재 회룡포의 모습. 모래봍이 눈에 띄게 돌아왔다. 이번 홍수의 영향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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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은 아름다운 강입니다. 백두대간의 맑은 물이 모여 만든 강과 굽이굽이 고운 모래톱이 절경입니다. 지구에서, 대한민국에서 오직 내성천만이 그런 아름다움을 품고 있습니다"

마지막 4대강사업 현장인 영주댐 때문에 그 모습이 완전히 망가져가고 있는 모래강 내성천을 되살리기 위한 작은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이름하여 '내성천 자연성 회복을 위한 모래알 연대'가 시작됐다. 내성천을 잘 알고, 내성천을 깊이 사랑하는 이들이 내성천을 위한 연대를 결정하자 제안한 것이다.

'모래알 연대' 

그 제안의 주축이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란 시로 유명한 안도현 시인이다. 시인의 고향이 바로 내성천이다. 예천 호명이 고향인 시인은 내성천가에서 태어나 내성천과 함께 자랐다. 시인은 1981년 대구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고향강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시 '낙동강'이 당선되어 문단에 발을 들여 그때부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온 시인이다.

그런 그가 2018년경 고향강 내성천을 지키기 위해 다시 고향에 돌아왔다. 사람들과 함께 내성천을 지키는 첫걸음으로 '모천'이라는 협동조합을 만들고 <예천산천>이라는 계간지를 2020년 봄부터 발행하고 있다.
 
내성천 모래톱 위를 맑은 강물이 흘러가고 있다.
 내성천 모래톱 위를 맑은 강물이 흘러가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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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의 자랑. 내성천 깨끗한 은백의 모래톱
 내성천의 자랑. 내성천 깨끗한 은백의 모래톱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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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시인과 함께 이 운동에 특별히 힘을 보태고 있는 이는 영주댐으로 망가지기 전의 내성천의 모습과 작금의 내성천 모습의 비교 사진 작업으로 유명한, 환경운동가들 사이에선 '초록 사진가'로 불리는, 서풍 박용훈 선생이다.

서풍 선생은 "2009년 여름에 예천군 호명에서 내성천을 처음 보았습니다. 아름다웠습니다. 그 해 12월 말에 영주댐을 착공했고, 그동안 강이 많이 변했습니다. 그래도 이 강을 포기하기는 어려웠습니다"라고 밝힌다. 그러면서 이번 장마 기간의 홍수와 같이 "홍수 때 강의 복원력도 몇 번 보았습니다. 희망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던 이유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슬프고 안타까운 소식만 접하는 지금 모처럼 반가운 소식을 듣습니다. 내성천 유역 예천 주민들이 주축이 되어 내성천 자연성 회복을 위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연어>라는 어른을 위한 동화를 쓴 안도현 시인이 이 운동의 중심에 있습니다. 내성천 회복 운동에 함께 해주십시오. 힘을 보태주십시오"라고 강조하고 있다.
 
장마가 끝나자마자 시작된 영주댐 녹조. 거대한 녹조라떼 배양장이 돼버린 영주댐으로는 결코 낙동강의 수질을 개선시킬 수가 없다. 영주댐은 애초의 목적이 사라진 무용지물 댐으로 전락해버렸다.
 장마가 끝나자마자 시작된 영주댐 녹조. 거대한 녹조라떼 배양장이 돼버린 영주댐으로는 결코 낙동강의 수질을 개선시킬 수가 없다. 영주댐은 애초의 목적이 사라진 무용지물 댐으로 전락해버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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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진단하는 내성천과 영주댐의 관계는 이렇다. 영주댐으로 인해 내성천의 생태환경적 변화가 너무 극심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모래알 연대'를 위한 결성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내성천은 귀한 생명들의 고향입니다. 흰 수염의 물고기 흰수마자가 여기 삽니다. 어느 오후 춤추는 금빛 물결 속에 반짝이는 모래가 보인다면 거기엔 우리나라 모래강에서만 사는 흰수마자가 있습니다. 온통 하얀 모래톱에 목이 흰 작은 새들이 조심조심 알을 품고 있다면 흰목물떼새입니다. 겨울에는 녹색 광택의 검은 깃이 반짝이는 귀한 먹황새가 이 강을 찾았습니다.

영주댐을 짓자 고운 모래가 사라지면서 흰수마자도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먹황새가 떠났습니다. 모래톱을 점령한 달뿌리풀과 왕버들 따위에 둥지 자리를 뺏긴 흰목물떼새도 생존의 위협을 받습니다. 댐 상류의 번식지는 이미 모두 물에 잠겼습니다. 사람들이 쉬며 즐길 공간도 벌써 크게 줄었습니다. 모래가 사라지면서 내성천은 제 빛을 잃어갑니다. 가슴이 아픕니다.

낙동강에 맑은 물을 보낸다는 핑계로 내성천의 허리를 끊어내 영주댐을 세웠습니다. 강물을 가두자마자 댐 저수지는 간독성 녹조를 배양하는 커다란 공장이 되었습니다. 갈수록 태산으로 올해 홍수 때 댐을 방류하면서 회룡포 마을이 잠기는 유례없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댐 건설에 1조1천억원이나 들었습니다. 잃어버린 아름다움은 얼마가 될지 헤아릴 수 없습니다. 영주댐은 내성천의 경관과 생태를 파괴하고, 낙동강 수질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으며, 모래의 이동을 막아 낙동강의 복원을 요원하게 합니다.
 
영주댐 해체하고 내성천을 생태관광의 메카로

그래서 이들은 "물은 물길을 찾아 흘러야 한다. 눈앞의 개발 이익에 눈먼 자들이 영주댐 준공을 서두르고 있는 때에 내성천 생태계 회복을 위해 우리는 아래와 같은 활동을 시작하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는 것이다. "이에 동의하시는 분들의 동참을 호소"하면서 말이다.

'내성천 자연성 회복을 위한 모래알 연대 서명운동'을 시작한 배경이다. 지금부터 한달 정도 서명을 받아서 그 결과를 9월 중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라 한다.
 
모래톱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또 하나의 명소인 무섬아을. 무섬마을은 입소문을 타고 이제 정말 유명한 생태관광지가 됐다.
 모래톱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또 하나의 명소인 무섬아을. 무섬마을은 입소문을 타고 이제 정말 유명한 생태관광지가 됐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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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모래알 연대'를 통해 하고자 하는 일들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내성천의 생태계 파괴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국내외에 널리 알린다.
우리는 내성천의 자연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후세에 물려주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는 내성천의 숨통을 조이는 영주댐의 문제를 지적하고 이의 해체 등 대안을 모색한다. 
우리는 내성천이 국제적 생태관광의 메카로 부상할 때까지 관심을 지속시킨다.
 
내성천을 잘 아는 사람들부터 내성천에 가본 적이 없지만 우리 강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까지 이 연대 운동에 적극적인 참여가 요청되는 이유다. 내성천이야말로 우리가 꼭 하나쯤은 남겨둬야 할 우리 강의 '오래된 미래'이기 때문이다.
  
산과 산 사이를 요리조리 흘러가는 갑입곡류 사행하천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 우리강의 원형 내성천의 아름다움. 깨끗한 모래톱 위를 맑은 강물이 흘러간다.
 산과 산 사이를 요리조리 흘러가는 갑입곡류 사행하천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 우리강의 원형 내성천의 아름다움. 깨끗한 모래톱 위를 맑은 강물이 흘러간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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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운동에는 낙동강 유역민들의 적극 참여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영남의 젖줄이자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인 낙동강을 되살리려면 낙동강 맑은 물과 모래 공급의 원천으로서의 내성천이 되살아나야 하기 때문이다. 즉 내성천의 자연성이 되살아나야 낙동강 또한 되살아날 수 있다.

모래알 연대운동(서명운동 바로 참여하기)에 특히 영남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이유다. 1300만 영남인의 적극적인 참여를 희망해본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태그:#내, #영주댐, #안도현 시인, #회룡포, #무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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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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