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20 14:31최종 업데이트 24.03.20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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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을 아시나요? 다이렉트 메시지(Direct Message)의 약자인 디엠은 인스타그램 등에서 유저들이 1대 1로 보내는 메시지를 의미합니다. 4월 10일 22대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대변하기 위해 국회로 가겠다는 후보들에게, 유권자들이 DM 보내듯 원하는 바를 '다이렉트로' 전달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오마이뉴스>는 시민들이 22대 국회에 바라는 점을 진솔하게 담은 DM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편집자말]

제주의 난개발을 막아주세요. ⓒ 오마이뉴스


[장면①] 엉터리 환경영향평가에 베어진 비자림로의 나무들
 

2024년 3월 12일 다시 벌목되는 나무들 환경저감대책으로 인한 설계변경으로 추가 벌목이 진행되었다 ⓒ 김순애

 
2024년 3월 12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의 삼나무들이 다시 베어지기 시작했다.

비자림로 삼나무 수난사는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8년 도로를 확장한다는 이유로 30년 이상 산 비자림로 나무 1000그루가 가차없이 베어졌다. 제주도와 나무와 숲길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분노했고 원희룡 당시 제주도지사는 화들짝 놀라 공사를 중단시켰다.


변경된 설계에 따라 2019년 자연림을 비롯하여 1700여 그루가 베어지던 와중에 시민들이 그곳에 멸종위기종들이 살고 있음을 발견했고 비자림로 환경영향평가서가 엉터리로 작성되었음이 드러났다. 기나긴 환경저감대책 논의 끝에 비자림로 공사가 재개되었고 2022년 겨울 300그루 정도의 나무가 베어졌다.

그렇게 끝난 줄 알았던 벌목이 다시 시작됐고 순식간에 410 그루의 나무가 사라졌다. 3km도 안 되는 2차선 길을 4차선으로 확장하면서 베어진 나무만 무려 3400그루가 넘는다.

[장면②]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유령도시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예래휴양주거단지의 방치된 147동의 건물들 . ⓒ 김순애

 
서귀포시 예래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북쪽 방향으로 유령도시에나 나올 법한 '147동'의 짓다가 방치된 건물들이 나온다. 말레이시아 최대 호텔 리조트 그룹인 버자야 그룹이 만들다가 만 예래휴양형주거단지 내 건물들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설립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제주도는 대규모 해외 자본을 유치해 토지를 개발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이후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사업에 버자야 그룹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고 이 사업은 제주 외자유치 1호 사업으로 각종 뉴스를 장식했다.

토지 강제 수용과 인허가 절차가 빠르게 이어졌다. 74만4205㎡에 2조5000억 원을 투입해 50층 규모의 호텔과 휴양 콘도미니엄, 카지노, 의료 시설 등을 조성하는 어머어마한 계획이었다. 하지만 2013년 첫 삽을 뜬 공사는 2015년 중단되었고 아직까지 건물들은 흉물로 방치되어 있다.

대법원이 토지를 수용당한 토지주들이 낸 소송에 대해 유원지와 무관한 사업계획을 승인한 행정의 인·허가 무효, 토지 수용 무효를 판결했기 때문이다. JDC는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에 초기 투자금인 1250억 원을 돌려줘야했고 흉물로 남은 풍경을 바라보는 마을주민들과 도민들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에 가슴을 쳤다. 

한편 지난해 10월 23일 <제주의소리>는 "사업이 8년간 중단되며 흉물처럼 방치됐던 제주 예래휴양형주거단지가 추가 토지보상을 시작으로 사업 정상화에 돌입한다"라고 보도했다.  

[장면③] 생존 터전인 바다를 살려내라며 아스팔트에 누운 해녀들
 

2023년 5월19일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입구에서 시위하는 해녀들 . ⓒ 김순애

 
제주의 해녀문화는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데 이어 2023년에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됐다. 하지만 정작 해녀 문화의 터전인 바다는 죽어가고 있다.

바다에서 생업을 이어가야할 해녀들이 아스팔트 농사를 짓고 있다. 2018년 월정리 해녀들이 제주도청 앞에서 수차례 집회를 열었다. 2022년 한 겨울에는 제주도지사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아스팔트 바닥에서 농성을 했다. 2023년에는 동부하수처리장 앞에 컨테이너를 설치해 24시간 농성을 이어갔다.

해녀들은 하수처리장이 만들어지고 증설을 거듭하면서 바다가 죽어가고 채취되는 해산물도 급격하게 줄어들어 생계가 위협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2024년 1월 월정리 해녀들과 주민들이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공공하수도설치(변경)고시 무효 확인 소송에서 제주지방법원은 고시가 위법해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하수처리장 증설 과정에서 마땅히 진행해야할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주도는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공사를 멈추지 않겠다며 항소했다. 대법원까지 갈 경우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에 증설 공사는 끝날 것이다. 

[장면④] 제주제2공항 건설에 찬성했던 도민들이 반대로 돌아섰다
 

2019년 2월 제주도청 앞에서 제2공항 백지화를 염원하며 100배하는 도민들 . ⓒ 김수오

 
2015년 11월 국토교통부가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 제주 제2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 이를 둘러싼 찬반 갈등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같은해 12월 여론 조사에선 도민 71.1%가 제2공항 건설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제주의 난개발과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졌고 '청정 제주를 지켜야' 한다는 인식 등이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반대 여론이 점차 우세해졌다.

2021년 2월,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합의해 여론조사전문기관에 전체 도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반대 51.1%-찬성 43.8%(엠브레인퍼블릭), 반대 47.0%-찬성 44.1%(한국갤럽, 오차범위 내)로, 반대 의견이 앞섰다. 2023년 7월 <제주의소리>와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또한 반대 53.2%-찬성 41.1%란 결과가 나왔다.

이렇듯 제주 내 제2공항 추진 반대 여론이 높지만, 국토교통부는 제주제2공항을 밀어붙이고 있다. 제2공항 사업은 전략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부실한 내용으로 두 번의 보완 요구에 이어 반려까지 당하는 등의 3수 끝에 2023년 3월 가까스로 조건부 동의를 얻어냈고 기본계획고시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은 ▲제주제2공항 전략환경평가서가 항공기-조류 충돌 위험성에 대한 평가를 축소·조작했으며 ▲숨골의 환경적 가치를 평가 절하했고 ▲제2공항 후보지 내 동굴 분포 가능성을 누락하고 ▲관련 대책도 없는 점 등을 문제 삼으며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거짓·부실 검토 전문위원회' 소집을 요구하고 있다. 동시에 사업 추진 여부를 주민투표에 붙이자며 지난해 5월 1만3천명의 서명을 오영훈 제주도지사에게 전달했다.

무분별한 개발로부터 자연을 지키는 방법

'제주의 난개발'로 상징되는 네 개의 장면은 개발 주체인 국토교통부와 제주도가 개발 중심 행정을 앞세우고 갈등 관리를 등한시 하면서 민민 갈등, 민관 갈등이 폭발한 곳이다.

이 과정에서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바람막이인 환경영향평가 제도는 오히려 개발 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역할로 전락했다. 지난해 우원식 의원실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3만8000여 건의 환경영향평가 협의 중 1.2%인 457건만 부동의 처리된 것으로 밝혀졌다. 비자림로와 제주제2공항 사업에서 나타난 환경영향평가서의 거짓부실 작성, 월정리 하수처리장처럼 자체 패씽도 비일비재하다.

거기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미세먼지와 탄소흡수원의 역할을 하는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것이 실행에 옮겨지면 난개발의 고삐는 완전히 풀려버릴 것이다.

난도질된 국토를 후손들에게 물려줄 것인가? 10년 후 20년 후 지금 내가 누리는 공기와 바다, 숲은 그대로일까?

이번 총선에서 후보들이 지금의 자연을 지키기 위해 개발 이권 세력과 과감히 절연하고 관련법을 환경보전을 위한 내용으로 개정하겠다는 약속을 해주길 바란다. 땅과 바다와 공기와 숲 등 지금의 자연을 보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바람막이 환경영향평가법을 전면 개정해서 무분별한 개발로부터 자연을 지킬 수 있는 강력한 장치로 만들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김순애씨는 제주녹색당 운영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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