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K-팝, 드라마 등 우리문화가 국제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다 이유가 있다.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다. 우리의 소리, 우리의 몸짓은 선조로부터 전승된 헤리티지(K-heritage)에서 비롯했다. 이것은 우리의 뿌리, K-문화가 가지는 위력이다."

62년 만에 문화유산이 국가유산으로 체제 변화를 앞두고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한 말이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귀에 박히도록 들었던 말이다. K-문화를 표현할 때 규칙처럼 나오는 말이 그것이다. 인문학 강의를 몇 번쯤 들었던 사람이라면 바로 수긍이 간다. 

그런데도 실감을 못하는 사람이 많다. 여전히 다른 것이 좋고, 내 것은 찐다. 우리 것에 대한 역사인식과 문화를 향유할 열린 마음이 박하기 때문이다. 

기존에 유지해 왔던 문화유산이 국가유산으로 바뀐다. 계승자가 없어 사라져버릴 위기인 무형유산과 관리할 인력이나 자원이 없어 훼손될 처지에 있는 유형유산을 이제는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올해는 국가유산 체제의 원년이 될 전망이다. 

모든 체계, 완전히 전환한다

지난 1962년 제정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유지되어 오던 것이 오는 5월 17일을 기점으로 국가유산 체제로 바뀐다. 이름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조직 구조나 제도, 법률 등 모든 체계가 완전히 전환된다. 

그 핵심은 그동안 박제되다시피 한 문화유산 보존정책을 이제는 국민과 함께 향유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는 문화재 때문에 피해를 입는 일이 적어질 것 같다. 

우리가 사용한 문화재라는 용어는 지난 1950년에 제정된 일본의 문화재보호법에서 그대로 가져다 적용했다. 세계에서 문화재 명칭을 사용한 나라는 일본과 한국뿐이라고 한다. 국가유산으로의 변화시도로 이제는 반도역사의 틀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유산의 개념으로 맞추겠다는 것, 문화재를 돈의 가치로 환산하기도 했던 재화적 성격을 완전히 뛰어 넘겠다는 국가차원의 의지이기도 하다.



 
장보고가 웅거했던 청해진 유적 발굴 장면
 장보고가 웅거했던 청해진 유적 발굴 장면
ⓒ 완도신문

관련사진보기

 
ⓒ 완도신문

관련사진보기


국가유산청이 다루는 유산의 범위가 이제는 더욱 넓어진다. 국보, 보물 등 유형문화유산의 보존에 중점을 두었던 과거의 체계에서 벗어나, 문화유산, 자연유산, 무형유산을 통합적 시스템으로 관리하게 된다. 최근 유네스코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유산의 유형적 가치만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유무형 가치와 주민 참여를 끌어들여 경제적 가치를 포함한 큰 틀에서의 보존정책으로 변화를 시도한다. 

'어제를 담아 내일에 전한다' 문화재청의 이전 슬로건은 이제 국가유산청의 새로운 기치로 '국민과 함께 누리는 미래가치, 국가유산'이 된다. 예전의 것은 거의 방치 수준으로 손도 못 대게 할 뿐 아니라, 활용도 어렵게 하고 보존만 하겠다는 게 의도였다면, 지금은 규제를 완화해서 국민이 함께 국가유산의 가치를 누리자는 게 목적이다.

이 같은 추세에 맞춰 한복, 김치, 전통놀이 등 무형유산과 아름다운 명승, 천연기념물, 전통조경 등 자연유산에 대한 발굴, 조사, 보존 및 활용 정책 기능을 수행할 인력과 조직을 확대할 계획이다. 

유배문화의 산실인 우리 지역 유배지 생가복원 현장도 사람이 들어가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신지도 원교유배지나 고금면 이도재 유배지를 생가 복원한 곳도 문화예술인들의 창작활동 공간으로 넓혀가기를 희망한다. 

국가유산 체제의 변화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점은 산업과의 연계다. 국가유산 분야에서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 기술 개발, 해외교류를 통해 다양한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동안 문화재나 문화유산은 일반적으로 접근하기 힘든 부정적인 면이 강했다.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규제를 앞세웠기 때문이다. 이제 국민과 멀어지는 게 아니라 국민과 함께 향유하고 그것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국가유산을 개발행위로부터 지켜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시대에 따라 정책 방향은 변화하고 있다. 산업 성장을 우선시한 시대에는 개발로부터의 안전한 보호가 최우선 과제였다면, 지금은 새로운 보존 정책이 요구된다. 최근 문화재청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대한 규제범위를 기존 500m에서 주거 공간과 상업 공간, 공업 지역에 한해 200m로 완화했다. 문화재 인근의 개발행위가 폭넓게 허락된다는 것이다.
 
ⓒ 완도신문

관련사진보기


국가유산에 대한 미흡한 부분이 많았던 우리나라가 어느 사이에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으로도 선정됐다. 1997년과 2005년, 2013년에 이은 네 번째 위원국 진출로, 향후 2027년까지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으로 활동하게 됐다. 

우리나라의 문화유산 발굴 기술도 세계화로 진입했다. 10여 년 전부터 앙코르와트 유적 발굴에 참여한 실적으로 이제는 이집트나 세계 중요유산을 발굴에 참여할 준비태세도 갖추고 있다. 

우리의 국가유산 공유수준이 날로 가치를 더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우리 지역도 그동안 방치되다시피 한, 박제된 수준의 틀에서 벗어나 날개를 달고 국가유산 활용의 기회를 삼아야 한다. 

완도의 문화를 더 많은 사람이 공유하려면 우리 것에 대한 역사인식과 활용범위에 대한 창의적인 연구가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남도관광의 특징은 문화관광에 역점을 두고 있다. 곳곳에 국가유산이 산재한 때문이다. 국가유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 그런데, 우리의 정체성을 무시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자꾸만 관광정책을 삼는다는 것은 역사인식이 부족한 사람들이 정치 일선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이러한 흐름으로 볼 때 우리지역 국가유산의 활용도와 그것에 대한 준비는 어떠한가. 점점 더 위축되고 있는 해양문화 선점을 위해 우리의 유산을 더욱 아끼고 활용범위를 확대해 자원화 삼을 계획을 수립해야 할 시기이다. 완도의 해양문화 W-문화를 구축할, 지금이 바로 절호의 기회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문화예술활동가입니다.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완도, #해양문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완도신문은 1990년 9월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롭고, 참 언론을 갈망하는 군민들의 뜻을 모아 창간했다. “진리는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는 반드시 이루는 날이 있다”는 사훈을 창간정신으로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언론의 길을 걷고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