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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관 기자의 '일왕'이냐 '천황'이냐...5년만에 재연된 호칭 논란 기사를 보고 덧붙이고 싶은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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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왕 ' 이냐 ' 천황 ' 이냐... 5년만에 재연된 호칭 논란

다 아시는 바와 같이 우리 민족은 1945년에 일본 압제로부터 해방되었지만 혼돈의 사회상으로 인해 수 십년이 지나도록 일본 왕의 '천황' 호칭에 대하여 언론이 심각한 고민을 한 흔적은 찾기 어렵다.

수 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국민 독자들은 언론의 막대한 영향권 아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일본 '천황'은 그대로 우리의 천황이 되고 만 성싶었다. 물론 자주적 애국심을 지닌 국민의 한 사람이라면 그 문제에 대하여 나름대로 거부감을 표출하고 있었음직한 일이다.

그렇게 표출된 것이 지금으로부터 19년 전에 있었다. 다음은 1984년 8월 28일 동아일보 독자 투고란에 실린 글 중 일부이다.

"(전략).....이같은 실정에서 '천황'의 호칭을 그들 식대로 표기해줄 이유가 없을 줄 안다. 천황이란 호칭은 일본인들이 침략근성의 기조로 저들의 국위를 높이고자 하는 뜻에서 스스로 일컫는 오만한 태도의 발로...(후략)"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글을 쓴 동아일보의 당시 독자 투고자는 물론 본 글을 쓰고 있는 기자다. 이 독자 투고를 할 당시는 서슬 퍼런 전두환씨의 5공 시절이다. 당시 대통령 전두환씨는 며칠 후 일본을 국빈 방문하기로 되어 있었다. 정부 관계자나 언론은 여과없이 '천황'이라는 호칭을 구사하고 있었다.

이에 대한 반감이 일반인 사이에서도 퍼져있었는지에 대해선 들은 바 없다. 나아가서 솔직히 그 이전엔 과문한 탓인진 모르나 '천황'의 호칭에 대하여 학계든 언론계든 그 어떤 논의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이것은 이때까지 우리 사회에서 '천황'이라는 호칭이 상징하는 바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 적었다는 의미도 된다.

왜냐하면 독재 권력자는 독재를 위해 그 호칭을 응용하여 자신의 권력 구축 정책에 활용했을 수 있고 대부분의 권력지향적 여론 형성층은 입을 다무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어떻든 그로부터 한참 후에 동아일보에선 국내 언론사 중 유일하게 '천황' 호칭을 자제하는 모습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 이후, 87년 6월의 민주 항쟁 등을 통해 사회가 격변하고 언론인들도 새로 창간되는 언론사나 다른 언론사로 이적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천황'에 대한 호칭도 '일왕' '일황' 등으로 다양하게 표기되기 시작했다.

동아일보가 다시 '천황'이란 호칭을 언제부터 어떤 연유로 쓰게 되었는지는 현재 본 기자가 동아일보를 구독하지 않으므로 알 길이 없다.

손병관 기자가 말하고자 하는 기사의 초점에 대해서는 숙지했으나 '천황'이란 호칭의 논란이 89년 재일동포 지문날인 파동에서 비롯됐다는 대목에는 첨언이 필요할 듯해서 이 기사를 쓰게 되었다.

다시 말하거니와 '천황'의 호칭에 대해 국내 언론을 통해 처음 거론한 사람이 있다면 본 기자 이외의 누구인지를 공식적으로 알고 싶은 것 또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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