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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거미 여인의 키스> 포스터
 영화 <거미 여인의 키스> 포스터
ⓒ 필름댈러스영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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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거미 여인의 키스>는 마누엘 푸익의 동명 소설 <거미 여인의 키스>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동성애자인 몰리나와 정치범인 발렌틴이 한 방에 수감되며 영화는 시작된다. 몰리나는 수감생활을 하면서 발렌틴에게 영화 이야기를 해준다. 영화 장면과 실제 이야기가 교차되어 등장하면서 초반부 이입이 힘들었다.

몰리나는 발렌틴에게 총 두 개의 영화를 이야기한다. 하나는 나치 선전 영화, 하나는 거미 여인에 관한 영화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이 두 편의 영화 주인공에 각각 몰리나와 발렌틴을 대입하면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몰리나의 이야기에 나오는 레지스탕스 레니는 나치 군인인 버너를 사랑하면서 조국을 배신하고 사랑을 선택한다. 몰리나 역시 레니처럼 교도관의 말을 어기고 정치범인 발렌틴을 돕기 위해 목숨을 버린다.

영화는 그리 친절하지 않은 듯 친절했다. 몰리나가 이야기하는 영화를 통해 전반적인 줄거리를 이야기했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되면서 앞에서 이야기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처음에 영화 제목 때문에 거미 여인이 나올 줄 알았다. 거미 여인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게 몰리나를 의미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외딴섬에 갇혀 있으면서, 흘러 들어온 남자를 사랑하는 거미 여인. 감옥이라는 갇힌 공간에서 만나게 된 발렌틴을 사랑하게 되는 몰리나.

몰리나가 이야기하는 영화 중, 거미 여인의 이야기
▲ 영화 <거미 여인의 키스> 중에서 몰리나가 이야기하는 영화 중, 거미 여인의 이야기
ⓒ 필름댈러스영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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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을 앞두고 어머니와 포옹하는 몰리나
▲ 영화 <거미 여인의 키스> 중에서 마지막을 앞두고 어머니와 포옹하는 몰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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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꼽으라면, 몰리나가 감옥 소장과 내통하며 음식을 얻어내는 장면이었다. 그가 위험에 처하는 게 싫어서 음식을 요구하는 몰리나가 귀엽게 느껴졌다. 이면에 그를 속여야만 하는 몰리나의 상황이 겹쳐지면서 안타까움을 느꼈다. 속일 수밖에 없었기에 몰리나를 미워할 수가 없었다. 정치범인 발렌틴과 달리 게이인 몰리나가 원하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 더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몰리나의 가석방이 결정되고 발렌틴은 그에게 메시지를 전달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쉽게 들어줄 수 없는 부탁이기에 몰리나는 갈등한다. 몰리나가 그것을 수락하게 된 계기는 마지막 발렌틴의 말 때문이었다. 하지만 수락한 그 순간부터 몰리나는 떠날 준비를 한다. 통장을 정리하고 어머니를 주변인에게 부탁하는 몰리나의 모습에서 그의 운명을 엿볼 수 있다. 결말은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럼에도 슬펐던 이유는 몰리나의 연기 덕분이었다.

영화는 동성애, 정치범 등의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불편하지 않았다. 감옥이란 좁고 더러운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생생하게 잘 그렸다. 몰리나가 덤덤하게 총을 맞는 장면이 가장 예쁘게 찍혔던 것 같다. 색감도 예뻤고, 몰리나의 표정도 좋았다. 몰리나를 위해 만들어진 영화 같았다. 안타까웠던 건 몰리나가 목숨을 걸고 지켜낸 발렌틴이 감옥에서 쓸쓸하게 죽어갔다는 것이다. 무난하게 깔끔한 결말이었다. 몰리나는 자신의 사랑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기에 후회하지는 않을 것 같다.

감옥에 수감된 발렌틴
▲ 영화 <거미 여인의 키스> 중에서 감옥에 수감된 발렌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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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영화, #고전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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