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 글은 '미래로 쓰는 편지'입니다. 선조들이 노력하지 않은 건 아님을 보여주는 기록이 될 수 있을까요?

지난 23일, 923 기후정의행진 in 부산경남 행사가 부산 송상현 광장에서 열렸습니다. 서울 세종로에서도 동시에 열렸다지요. 부산경남 행사를 마치고 나니 서울집회의 열기는 어떠했는지 궁금해집니다. 부산경남은 '외딴 섬'에 온 느낌이었거든요.

우선 집회 장소인 송상현 광장이 동서남북으로 난 차도에 갇힌 공간이라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가장 번화한 도심에 있는 공원이지만 오가는 시민들과는 분리된 '섬'같은 공간이니까요. 부산경남의 시민단체와 시민정당들이 대거 모여 마련한 행사였습니다. 하지만 좀 많이 단출합니다. 이렇게 위로합니다. '미세먼지 없이 선선한 가을 초입의 빛나는 휴일이라서 그랬겠지?'
 
이번 기후정의행진에서는 참가자 각자가 손피켓을 만들었다. 아무리 좋은 목적과 좋은 구호라도 플라스틱 피켓은 늘 찝찝했는데, 잘 됐다. 나는 지구입니다. 지구는 나입니다!
 이번 기후정의행진에서는 참가자 각자가 손피켓을 만들었다. 아무리 좋은 목적과 좋은 구호라도 플라스틱 피켓은 늘 찝찝했는데, 잘 됐다. 나는 지구입니다. 지구는 나입니다!
ⓒ 조영재

관련사진보기

   
923부산경남기후행진 참가자들의 구호외치는 모습.
 923부산경남기후행진 참가자들의 구호외치는 모습.
ⓒ 조영재

관련사진보기

 
집회의 시작을 '푸른 정령'들이 열어주었습니다. 예전 집회 때는 생명의 피로 이어진 연대를 상징하는 '붉은 정령'들이 나온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후쿠시마 방사능오염수로 먼저 고통을 받는 푸른바다 뭇생명들을 상징합니다. 고통은 바다생명만의 것이 아닙니다.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바다정령이 맞잡은 손을 우리도 잡아주어야 합니다.
 
후쿠시마 방사능오염수에 먼저 고통받기 시작한 푸른바다생명을 상징하는 푸른정령들. 연대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후쿠시마 방사능오염수에 먼저 고통받기 시작한 푸른바다생명을 상징하는 푸른정령들. 연대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 조영재

관련사진보기

 
이번 집회에는 이주노동자 단체들도 손을 잡았습니다. 집회 장소에 적지 않은 외국인분들이 계셔서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시민발언의 시간에는 많은 시민단체 및 정당대표들이 세계와 국가, 시만을 향해 절절한 호소를 쏟아냅니다. 목소리는 한결같이 우렁차면서도 다급했습니다. 이 피끓는 외침은 국가와 시민들에게서 메아리가 되어 돌아올 수 있을까요? 
 
집회에 외국인 분들이 많이 보인다. 이주노동자 단체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집회에 외국인 분들이 많이 보인다. 이주노동자 단체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 조영재

관련사진보기

  
이제 섬 같이 고립된 집회장소를 벗어나 시민들에게 뛰어들었습니다. 말 그대로 '기후정의행진'입니다. 부산의 심장인 서면 한복판 서면 로타리로 향했습니다. 별로 길지 않은 행렬에 많은 경찰분들이 함께 해주었습니다. 그분들이 계시니 대오가 잘 갖추어지고 더 많아 보입니다. 시민들의 이목이 더 집중되는 것 같습니다.

별로 길지 않은 행진행렬이지만 교통신호가 제어 되니 어느 정도 시민 불편은 있습니다. 그런데 그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도로변의 몇몇 시민들의 눈총이 따갑습니다. 한 젊은 여성의 "저것들 뭐고? 왜 이래 신호가 안바뀌노?"에서부터, 한 할아버지에게선 "미친 것들"이라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기후정의행진은 정치집회는 아닙니다. 하지만 좌-우의 진영논리에 잠식된 대한민국 사회에선 기후 의제는 이미 누군가에겐 쳐부숴야 할 적들의 논리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923부산경남기후정의행진. 맑은 푸른하늘과 어우러진 키높은 플라타너스덕에 환경운동연합 깃발이 외로워보이진 않는다
 923부산경남기후정의행진. 맑은 푸른하늘과 어우러진 키높은 플라타너스덕에 환경운동연합 깃발이 외로워보이진 않는다
ⓒ 조영재

관련사진보기

 
앞서 시민발언의 시간에 한 연사가 이렇게 외쳤습니다. "이제 1.5도씨를 지킬 수 있는 남은 시간(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평균기온이 1.5도 상승하는 시점)은 5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도로로 차단된 섬 같은 집회장소를 빠져나왔습니다만, 5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 호소는 시민들의 귓등 근처에도 다다르지 못하는 것만 같습니다.
  
923부산경남기후행진은 함께 모여 떼창을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923부산경남기후행진은 함께 모여 떼창을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 조영재

관련사진보기

 
부산경남 기후정의행진은 떼창을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개사했습니다. "위기가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그대의 숨결 같은 나무 아래로 덜컹이는 기차에 기대어 미래로 편지를 쓴다."

'미래로 쓰는 편지', 우리의 아들, 딸, 손자손녀들아 너희 아버지와 할아버지들은 이렇게 열심히 노력했다는 사실만큼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무관심과 욕설 속에서도 말이지.

기후위기가 현실태가 되어 고통받는 미래의 세대 모습이 환시처럼 계속 나타납니다. 이 장면이 현실이 아닌 환시에 그칠 수 있도록, 기후정의행진은 계속 됩니다.   
 
청명한 하늘이 참가자들의 떼창에 공명한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개사하여 미래세대에게 편지를 보냈다.
 청명한 하늘이 참가자들의 떼창에 공명한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개사하여 미래세대에게 편지를 보냈다.
ⓒ 조영재

관련사진보기

 

태그:#923부산경남 기후정의행진, #기후위기, #기후정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람, 동물, 식물 모두의 하나의 건강을 구합니다. 글과 그림으로 미력 이나마 지구에 세 들어 사는 모든 식구들의 건강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