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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이 계획하고 있는 보도교의 조감도. 이 길은 정확히 산과 강을 가르고 팔현습지의 명물인 왕버들군락으로 이어진다.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이 계획하고 있는 보도교의 조감도. 이 길은 정확히 산과 강을 가르고 팔현습지의 명물인 왕버들군락으로 이어진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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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보도교란 생태적으로 문제가 많은 교량을 놓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보도교란 생태적으로 문제가 많은 교량을 놓겠다는 것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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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전거로 이동하면 1분, 도보로 이동하면 5분.

이것이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이 금호강 팔현습지에서 벌이려는 '보도교 공사'로 인해 얻어지는 실질적 편익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대구시가 제안한 이 보도교는 팔현습지 뒤편에 자리잡은 '수성패밀리파크'에서부터 팔현습지 아래쪽 또 다른 공원인 동촌유원지를 잇겠다는 목적으로 고안됐다. 끊어진 보행로를 이어줘 주민 편의를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보도교를 놓았을 때 걸리는 시간이 정확히 기록돼 있다.
 보도교를 놓았을 때 걸리는 시간이 정확히 기록돼 있다.
ⓒ 다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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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촌유원지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해맞이공원에서부터 수성패밀리파크로 가는 제방길 초입까지 직선거리는 2.4㎞다. 이를 걸어서 가면 35분이고 자전거를 타고 가면 9분이 나온다. 보도교를 놓아 직선길이 생기면, 이 정도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그런데 보도교가 없는 현재도 동촌유원지 해맞이공원을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다. 왜냐하면 팔현습지 건너 동구 방촌동 쪽의 산책길과 자전거길을 이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강 건너로 갈 수 있는 강촌햇살교라는 교량도 놓여 있다. 그래서 지금도 패밀리파크에서부터 동촌유원지까지 자전거나 도보로 갈 수 있다. 그 거리가 2.7㎞다. 이 거리를 도보로 가면 40분이고 자전거를 타고 가면 10분이 걸린다.
 
현재도 강촌햇살교를 건너가면 충분히 동촌유원지까지고 갈 수 있다. 그 차이고 고작 5분이다.
 현재도 강촌햇살교를 건너가면 충분히 동촌유원지까지고 갈 수 있다. 그 차이고 고작 5분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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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 건너에 이렇게 멋진 자전거길과 보행길이 잘 만들어져 있다. 이 길을 이용해도 충분하다
 팔현습지 건너에 이렇게 멋진 자전거길과 보행길이 잘 만들어져 있다. 이 길을 이용해도 충분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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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도 직선길을 놓았을 때와 비교하면 고작 300미터 차이일 뿐이다. 거리로 300미터, 그리고 시간으로 1분(자전거)과 5분(도보) 단축하고자 170억 원의 혈세를 투입하겠다는 것인데, 말이 되지 않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이 탐방길에 걸맞게 도보로 산책하려는 사람이 300미터를 더 걸으면 어떻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300미터를 자전거로 더 가면 어떤가.

산책을 즐기는 사람이나 자전거를 타는 이들에게도 크게 무리가 되지 않는 거리를 단축하느라 170억 원의 국민혈세를 들이고 그로 인해서 멸종위기종들의 '숨은 서식처'를 파괴하고, 최소 150년 이상 된 아름드리 왕버들숲을 갈아뭉개는 삽질을 환경부가 벌이려 하는 게 말이 되는지 물어보고 싶다. 
  
대구시가 제안한 공문. 대구시의 제안으로 이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대구시가 제안한 공문. 대구시의 제안으로 이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 대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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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도교를 처음 제안한 대구시의 입장은 "끊어진 보행로를 이어서 주민편의를 도모하겠다"는 것으로 "민원을 반영한 제안이었다"라고 한다. 하지만 민원도 합리적 근거와 이유를 살펴야 한다. 바람직한 행정이라면 합리적인 근거에 기반해서 펼쳐야 한다.

2020년 시작된 이런 대구시의 제안은 국토교통부에 의해 정식 사업으로 받아들여지고, 이후 문재인 정부시절 물관리일원화로 하천관리권이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이관됨으로써 환경부 사업으로 현재에와있다. 만약 환경부가 부처의 정체성을 상기했더라면, 첫 삽을 뜨지 않았으니 사업의 타당성을 다시 검토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아무런 비판 없이 이 사업을 그대로 받았고, 현재는 그대로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단체의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환경에 무리가 없는 환경친화적인 공법으로 공사방법을 변경해서 해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현재 이 사업은 설계 변경에 들어가 있는 중이고 그 변경된 내용의 설계가 완성되면 그것을 가지고 주민설명회를 다시 연 다음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착공을 하겠다고 한다.

더구나 공사 현장에선 계속 법정보호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조사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벌써 팔현습지 무제구 구간에서만 17종의 법정보호종이 확인됐다. 금호강 대구 구간(42㎞) 전 구간 중에서 이곳 팔현습지 무제부 구간(2~3㎞)의 생물다양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면 환경부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 사업을 재고할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 왜냐? 멸종위기종과 그 서식처를 보호하고 보전할 법적 책임이 있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해 2월 당시 낙동강유역환경청 홍동곤 청장은 환경단체 대표진들과 만난 자리에서 "환경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여서 보도교 사업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후 그 입장은 지난해 5월 주민설명회를 계기로 철회됐고, 현재 공법만 약간 바꿔  그대로 공사를 강행하는 것으로 입장을 수정하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환경부로서의 원칙(법정보호종 보전)과 신의(환경단체들과의 약속)를 모두 져버린 결정을 내린 것이다.

원칙도 없고 신의도 없는 환경부의 민낯... 환경부는 결단해야
 
금호강 팔현습지 무제부 구간의 하식애 절벽에서 매일 목격되고 있는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
 금호강 팔현습지 무제부 구간의 하식애 절벽에서 매일 목격되고 있는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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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자전거로 1분에, 걸어서 고작 5분을 단축하려고 170억원이나 들여서 교량형 보행겸 자전거도로를 건설하겠다는 것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만약 이 사업을 그대로 강행한다면 추후 이 사업을 결정하고 결행한 이들에 대한 단죄를 기필코 하고야 말 것이다."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 박호석 대표의 말이다. 그는 "이렇게 문제가 많은 사업을 환경부가 그대로 밀어붙인다면 대구시민사회를 넘어 전국적인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대표는 또 "지금이라도 낙동강유역환경청의 전향적이고도 바람직한 결단을 촉구해본다. 왜냐하면 아직 공사의 첫 삽도 뜨지 않았고, 이 사업을 지켜보는 수많은 눈들이 있기 때문이다"라며 "그 눈은 지역주민에서부터 대구의 활동가들을 넘어 전국의 활동가까지 정말 다양하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팔현습지가 너무 아름다워서 삽질을 그대로 강행하도록 절대 내버려둘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니 환경부는 지금이라도 환경부다운 결단을 내려줄 것을 촉구해본다.
 
팔현습지의 왕버들의 환상적 아름다움
 팔현습지의 왕버들의 환상적 아름다움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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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입니다.


태그:#금호강, #팔현습지, #수리부엉이,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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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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