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을 타깃으로 글쓰기의 기초부터 작가로 먹고 사는 법까지 알려주는 친절하고 흥미로운 책이다. 책의 구성은 글쓰기를 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앞부분의 가이드와 작가가 된 글쓴이의 내면과 관계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드러난 뒷부분으로 나뉜다.
앞쪽에서 가장 나에게 와닿았던 것은 글쓰기를 너무 완벽한 기준을 두지 말고, 일단은 많이 쓰자는 것이었다. 즉, 글쓰기의 비약적인 성장 이면에는 많은 양의 글쓰기 분량이 존재해야 한다는 내용.
이건 기존의 많은 글쓰기책에서 보았기도 했고, 나 역시도 글쓰기 강좌를 1년 동안 수강하며 주야장천 썼던 때 글쓰기가 정리되었던 것을 떠올려보면 이 말은 단연코 진실에 가깝다. 글쓰기의 질을 올리고 싶은 자, 먼저 양을 채워라.
또한 글의 초고는 가건물에 해당하고, 그 초고를 고쳐 쓰는 퇴고 과정을 통해 글쓰기가 완성된다는 점 또한 공감되며 반가웠다. 나는 수준을 떠나 초고를 비교적 후루룩 쓰는 편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퇴고에 열과 성을 다하지 못해 현재는 가건물만 많이 짓는 상태라는 것.
두 번째 파트에 해당하는 글쓴이의 내면을 드러낸 후반부가 이 책의 백미라고 생각한다. 어디에서도 듣지 못한 작가의 사생활과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치부였을 수도 있는 과거를 정직한 게 드러낸 것이 독자인 내게는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또한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아! 이 정도 간절함은 있어야 작가가 되는구나를 깨닫는 반면, 작가로 데뷔하고 나서도 거절 메일을 받는 처절함을 견뎌야 하는 진실도 목도하게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정아은 작가가 한겨레 문학상을 받았을 때 이 판에서 빨리 도망쳐야 한다고 한 동료 작가와 출판업계 사람들의 반응들이었다. 누구나 선망하는 작가라는 직업은 실제로 경제적 효용을 누리기 힘든 직업일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런 면에서 정아은 작가가 두 번째 직업으로 선택한 상담가의 길에 안 들어선 것에도, 현재 그 업종에 종사하는 내 입장에서는 잘한 선택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직종 또한 극악의 초기 투자비와 더불어 저임금의 일자리인 것이 작가란 직업과 유사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나를 돌아보게 한 책
이 책을 읽으면서 나를 돌아다봤다. 정아은 작가는 작가로 데뷔하는 데 성공하고 나는 왜 아직 작가가 되지 못했나? 두 가지 정도의 이유를 찾을 수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의 독서 수준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것. 생각보다 많은 책을 읽지 못했다. 그래서 들어온 '인풋'이 부족하다. 두 번째는 에세이가 아닌 소설의 작법이라고 하더라도 나와 내 주변을 드러내야 하는데 용기가 부족했고 소설로 인물화 하는 작업의 근처에는 가본 적이 없다는 것.
또한 나의 에세이가 너무 직접적인가 하는 반성도 하게 됐다. 여전히 나의 글쓰기는 다소 애매하고 불성실하다. 그래서 작가가 되고 싶다고 부르짖는 데 비해 지금껏 작가가 되지는 못했나 보다. 정아은 작가의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를 읽으면서 만년 글쓰기 초보인 내가 도전해 볼 수 있는 분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평이나 일기, 생활 에세이 정도였다.
정아은 작가가 여러 편의 소설을 적어낸 것이 정말 신기하다. 그녀 내부에서 이미 인물들이 들어있었고 그 인물들이 밖으로 쏟아져 나온 것을 보면서 이 정도는 돼야 소설가가 될 수 있구나 싶어 한편으론 기가 죽기도 했다.
나의 이야기도 개인적으로 에세이로 쓰기에는 스스로 부담스러워서 어쩌면 소설의 형태를 빌어야 이야기가 완성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나의 이야기에 깊이 있게 천착하기에는 아직도 나는 용기가 부족하다.
많은 글쓰기 책이 있지만, 이 책의 장점은 이미 기성작가가 된 정아은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실체와 아팠던 기억을 흘려보내지 않고, 조목조목 정직하게 보여준 점이다.
내가 일하는 심리상담판은 비록 한 유명 상담가를 잃게 됐지만, 여전히 정아은 작가가 거절 메일 앞에서도 단단해진 채 작가로 활동해 주어 독자의 한 사람으로 고맙단 얘기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