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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환경운동가이자 유명 설치 예술가 벤자민 폰 웡이 공개한 ‘일회용 반사’ 작품의 모습. 해당 작품은 ‘지구의 달’ 4월을 맞아 미국 화장품 브랜드 키엘과의 협업으로 제작됐다.
 캐나다 환경운동가이자 유명 설치 예술가 벤자민 폰 웡이 공개한 ‘일회용 반사’ 작품의 모습. 해당 작품은 ‘지구의 달’ 4월을 맞아 미국 화장품 브랜드 키엘과의 협업으로 제작됐다.
ⓒ Von W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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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2일, 오늘은 '지구의 날'입니다. 내일(23일)부터 29일까지, 일주일간 캐나다 오타와에서 플라스틱 국제협약 제정을 위한 제4차 회의(INC-4)가 개최됩니다.

이 가운데 미국 뉴욕 하이라인공원에 플라스틱으로 만든 히드라 모양의 설치 작품이 등장했습니다. 지난 4일부터 17일까지 전시된 벤자민 폰 웡 설치 예술가의 '일회용 반사(Single-Use Reflections)'란 작품입니다. 이번 작품은 로레알 산하 미국 화장품 브랜드 키엘의 '사지 말고 리필해(#DontReBuyJustRefill)'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됐습니다.

캐나다의 환경운동가이기도 한 웡 예술가는 이전부터 플라스틱 문제를 알리는 다양한 설치 작품을 선보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 왔습니다. 2022년 화제를 모은 '거대 플라스틱 수도꼭지' 조형물이 대표적입니다. 당시 해당 작품은 플라스틱 국제협약 결의를 이끌어낸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5) 회의장 앞마당에 설치됐습니다.
 
웡 예술가는 미국 화장품 브랜드 키엘의 반환 프로그램을 통해 회수된 플라스틱병을 사용해 작품을 만들었다.
 웡 예술가는 미국 화장품 브랜드 키엘의 반환 프로그램을 통해 회수된 플라스틱병을 사용해 작품을 만들었다.
ⓒ Von W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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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은 샴푸와 세제, 비누 등 여러 생활 플라스틱 포장재 폐기물을 사용해 제작됐습니다. 키엘의 반환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으로부터 회수된 포장재들입니다.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3톤이 넘는 플라스틱 분류 작업을 했는데, 여기에만 3주가 걸렸습니다.

작품의 모습이 하나의 괴생물체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여타 플라스틱 작품과 비슷해보입니다. 독특한 점은 이름대로 '반사체' 즉 거울이 달려있단 것. 웡 예술가는 보도자료를 통해 "잘라낼 때마다 또 다른 머리가 자라나는 그리스의 히드라 전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히드라는 그리스 신화 속 머리가 아홉 개 달린 괴물입니다. 잘라도 머리가 계속 재생되는 괴물로, 플라스틱 폐기물 역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란 것이 그의 말입니다. 2023년 연구기관 '백투블루(Back to Blue)'는 주요 20개국(G20)의 플라스틱 공급 및 소비가 계속될 경우 2050년 플라스틱 소비량이 2019년의 2배가 될 것이란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또한 현 추세대로라면 2060년경 플라스틱 생산량이 현재보다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자기의 자리에서 전투에 기여해야"
 
작품은 그리스 전설 속 괴물 히드라의 모습을 본 따 제작됐다. 괴물들의 머리에는 리필로의 변화를 촉구하는 문구가 새겨진 거울이 달려 있다.
 작품은 그리스 전설 속 괴물 히드라의 모습을 본 따 제작됐다. 괴물들의 머리에는 리필로의 변화를 촉구하는 문구가 새겨진 거울이 달려 있다.
ⓒ Von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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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제대로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웡 예술가가 제시한 해답은 거울에 새겨진 문장에서 드러납니다. 거울에는 "나는 리필 전사다(I am a refill warrior)"란 문장이 써있습니다. 즉, 리필과 같은 체계적인 변화가 플라스틱 괴물을 쓰러뜨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것은 '거울에 비치는' 우리 하나하나가 생활 방식을 바꿀 때 시작된다는 뜻입니다.

물론 개인만의 변화로는 부족합니다. 이에 대해 웡 예술가는 보도자료에서 "기업과 도시, 정부 등 모든 사람이 자기의 자리에서 전투에 기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기 위해 거울을 선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나는 완벽함보다 진보를 굳게 믿는다"고 강조하며 점진적이지만 꾸준한 변화를 촉구했습니다. 현재 해당 작품은 하이라인 공원에서의 전시가 끝나고 미 뉴저지의 커니포인트로 이동한 상태입니다.
 
웡 예술가는 2016년 플라스틱 바다에 질식해 죽은 인어를 형상화한 사진 작품을 시작으로 플라스틱 해양 오염을 알려왔다.
 웡 예술가는 2016년 플라스틱 바다에 질식해 죽은 인어를 형상화한 사진 작품을 시작으로 플라스틱 해양 오염을 알려왔다.
ⓒ Von W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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웡 예술가의 플라스틱에 대한 관심은 2015년, 플라스틱 해양 오염이 알려지면서 시작됐습니다. 바다거북 콧속에 박힌 플라스틱 빨대를 제거하는 인터넷 동영상을 계기로 해양 플라스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던 때입니다.

그리고 2016년 웡 예술가는 전 세계에 플라스틱 문제를 알린 사진 작품을 공개하게 됩니다. '인어는 플라스틱을 싫어해(Mermaids Hate Plastic)'입니다. 그는 1만 개의 폐페트병을 이용해 플라스틱 바다에서 질식해 죽어간 인어의 모습을 만들었습니다. 아름다운 동시에 우리가 처한 비극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1만 개의 페트병은 미국인 기준, 60년 동안의 평균 사용량을 나타냅니다.

이어 2019년에는 16만 8000개의 플라스틱 빨대로 만든 파도와 1만 8000개의 플라스틱 컵으로 만든 동굴 등을 선보였습니다.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웡 예술가가 2021년 10월 공개한 거대 플라스틱 수도꼭지 작품 사진. 처음 공개됐을 당시에는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접속 오류가 화제를 휩쓸며 주목받지 못했다.
 웡 예술가가 2021년 10월 공개한 거대 플라스틱 수도꼭지 작품 사진. 처음 공개됐을 당시에는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접속 오류가 화제를 휩쓸며 주목받지 못했다.
ⓒ Von W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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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웡 예술가는 반복된 작업 속에서 한계를 느꼈다고 말합니다. 그린피스 기고 글에서 그는 해당 작업들을 통해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한 문제의식을 높일 수는 있었지만 "문제의 근본 원인인 플라스틱 생산을 지적하지는 못했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의식은 2022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전시된 거대 플라스틱 수도꼭지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됐습니다. 작품명은 '플라스틱 수도꼭지를 잠가라(Turn Off The Plastic Tap)'입니다.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인, 즉 생산 감축이 필수적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이 작품은 사실 2021년 10월 온라인을 통해 사진으로 공개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하필 공개날 페이스북·인스타그램·왓츠앱 등이 모두 다운(접속 오류)되는 바람에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좌절한 웡은 UNEA-5에서 작품을 재현하기로 결정했는데요. 덕분에 작품은 회담장에서 큰 화제를 모으며 플라스틱 국제협약의 상징으로 자리하게 됐습니다.

웡 "한국 부산을 위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
 
작년 5월 플라스틱 국제협약 제2차 회의를 맞아 그린피스와 협업해 선보인 설치 작품. 석유 시추기와 플라스틱 생산라인을 교차함으로써 플라스틱 생산의 문제를 지적했다.
 작년 5월 플라스틱 국제협약 제2차 회의를 맞아 그린피스와 협업해 선보인 설치 작품. 석유 시추기와 플라스틱 생산라인을 교차함으로써 플라스틱 생산의 문제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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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 웡 예술가는 플라스틱의 생산을 지적하기 위한 작품을 다시금 선보였습니다. 작품명 '영구적 플라스틱 기계(Perpetual Plastic Machine)'입니다. 해당 작품은 2023년 5월 프랑스 파리 오르세 미술관 앞에 전시됐습니다. 4.5m 높이의 거대한 조형물로, 화염을 배경으로 석유 시추기와 플라스틱 생산 라인이 X자 모양으로 교차하는 형상을 띠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생산을 통제하지 않는 한 세상이 불타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같은달 29일부터 6월 2일까지 파리에서 열린 플라스틱 국제협약 논의를 위한 제2차 회의(INC-2)에 맞춰 전시됐습니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화석연료 생산국들이 폐기물 관리에만 집중하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한편, <그리니엄>과의 인터뷰에서 웡 예술가는 앞으로도 플라스틱과 화석연료의 연결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오는 11월 제5차 회의(INC-5)가 개최될 한국 부산을 위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그는 피력했는데요. 프로젝트 수행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번역가와 관계자를 찾고 있다며 어떠한 지원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후테크·순환경제 전문매체 그리니엄(https://greenium.kr/)에도 실립니다


태그:#플라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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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테크·순환경제 전문매체 그리니엄의 에디터.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갈 방법을 찾다 그리니엄에서 순환경제를 접했다. 스토리텔링 역량을 살려서 쉽고 재미있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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