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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재에서 첫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생태 도시 전환 노력 사례는 올림픽을 앞두고 분주한 프랑스의 수도, 파리시이다. 앞서 생태 도시에 대한 간략한 개념을 소개하며, 생태 도시라는 범주 안에도 다양한 부류가 있고, 도시들마다 각자 주력하는 분야가 다르다고 언급한 바가 있다. 파리시 역시 에너지나 생태 다양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 가능한 도시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지만, 특히 이번에는 파리시의 교통정책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파리시는 '15분 도시 정책(15 minute city)'을 펼치고 있다. 이는 파리 소르본 경영 대학원의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가 주도해서 고안한 정책으로, 모레노 교수는 시간이나 계절의 리듬에 따라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도시를 실현하고자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2014년부터 파리의 시장으로 있는 안느 이달고가 2020년 재선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고, 당선된 이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사실 파리시는 이달고 시장이 부시장으로 있었던 시절 선임이었던 베트랑 델라노에 시장 시절부터 세계 최초로 자전거 공유 프로그램과 도시의 기후위기 대응 계획을 공개하며 투자를 시작한 곳이다. 2001년부터 2014년까지 델라노에 시장이 친환경 도시로 나아가는 첫 출발을 끊어놓았고, 부시장으로서 이를 옆에서 지켜보던 이달고가 시장이 되어 그 이상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15분 도시'이기 때문에 4분의1 시간의 도시(la ville du quart d'heure)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15분 도시 정책'은 파리시 기후위기 대응 계획 중의 일부이다. 정책 고안자와 집행자들은 이 정책이 탄소 배출 총량 제로(넷 제로) 목표에 더 가까워지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15분 도시 정책'의 골자는 이름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시민들이 생활에 필요한 주요한 모든 것들을 구하러 이동하는 데에 15분이 채 걸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생활에 필요한 것이 과연 무엇이냐고 했을 때 그것을 정의하는 것 역시 정책의 일부가 되어야겠지만, 일반적으로 빵집, 학교, 마트, 직장, 공원, 병원 등을 정책의 목표 범위에 넣고 있다. 위와 같은 서비스나 사회기반시설까지 거주지에서 15분 내로 도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공공서비스나 접근성의 측면에서 복지의 성격도 강하다고 볼 수 있다.

'15분 도시 정책'은 이동의 수단으로 자가용을 제외한 도보, 자전거, 대중교통만을 허용한다. 궁극적으로 자동차 중심으로 설계되어왔던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하는 도시로 가는 것이 이 정책이 그리는 미래다.

이에 따라 파리시는 자동차가 없는 거리를 조성하고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도보로 이동하는 데에 어려움을 덜 겪도록 길들을 재정비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점진적으로 시민들의 자가용 사용을 줄이는 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예를 들어, 파리 센 강의 우안에는 '파리 센 강변 공원' (le Parc Rives de Seine) 이 조성되었다. 원래 이곳은 매일 4만 대가 넘는 차량들이 이동하던 도시 내 고속도로였는데, 출퇴근 시간만 되면 정체가 심했고 대기 오염과 더불어 매년 수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던 곳이었다. 그러나 2016년부터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계획, 조성되어 2017년 4월 시민들이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하였다. 센 강을 따라 녹색공간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파리시의 박물관이나 기념비들과도 인접해 있어 접근성도 좋다.

또한 1000km가 넘는 자전거 도로가 조성되어 있다. 파리시는 2026년에는 사람들이 모두 자전거를 아무런 불편함 없이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자전거 관련 시설에 2억5천만 유로 (한화 약 2900억)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나아가 자동차가 사라진 동네와 거리가 더욱 주민친화적인 공간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학교 건물을 주말이나 오후에 공공 개방하는 등 보행자 전용 '학교 거리'도 자전거 도로 사업과 함께 추진 중이다.
  
퐁피두 센터로 이어지는 골목에서 파리시 공공자전거 거치대를 발견하였다.
▲ 파리시의 공공자전거 퐁피두 센터로 이어지는 골목에서 파리시 공공자전거 거치대를 발견하였다.
ⓒ 박성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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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정책들은 실제로 놀라울 정도로 큰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파리시의 자가용 이용량은 2011년과 비교했을 때 45% 감소하였으며, 배기가스의 일종은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40% 감소했다고 한다.

게다가 지난 4월 6일 포브스가 파리 지역 연구소(L'Institut Paris Région)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발표한 바에 따르면 파리시에서는 자전거를 주로 이용하는 인구수가 자동차를 주로 이용하는 인구수를 앞질렀다고 한다.

약 7년 만에 파리시를 재방문한 필자 역시 이러한 변화를 크게 느낄 수 있었다. 매번 극심한 정체가 이어지던 샹젤리제 거리에서는 훨씬 적은 양의 자동차들이 여유롭게 이동하고 있었고, 도시 곳곳을 걸어 다니는 내내 수많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과 자전거 전용 도로를 찾아볼 수 있었다.
 
파리 시청 앞에 있는 안내판. 날씨와 함께 올해의 자전거 이용자 수, 오늘의 이용자 수가 화면에 떠 있다.
▲ 파리시청 앞 안내판 파리 시청 앞에 있는 안내판. 날씨와 함께 올해의 자전거 이용자 수, 오늘의 이용자 수가 화면에 떠 있다.
ⓒ 박성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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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는 파리시는 파업과 시위로 유명하지만 기존에 사용하던 자동차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자동차 도로를 폐쇄하는 등 다소 불편할 수도 있는 히달고 시장의 정책들 한 번도 시위를 불러일으키지 않았다고도 주목했다. 파리 시민들이 변화의 물결에 암묵적인 동의와 지지를 보내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5분 도시 정책'은 프랑스 파리를 넘어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덴마크 코펜하겐 등 다른 나라와 도시들에서도 벤치마킹하여 추진하고 있는 모델이 되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이 무척이나 시급한 오늘날, 이 정책은 도시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성공한 모델 중 하나로 손꼽힌다. 대부분의 도시가 자동차 위주로 계획, 조성된 대한민국 역시 '15분 도시 정책'의 성공사례를 검토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점은 수용해야 할 것이다.

태그:#프랑스, #기후위기, #도시, #파리, #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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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재다능한 전문가가 되고 싶은 사회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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