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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후 12시께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후소송 헌법소원을 낸 청소년·시민단체·영유아 등 소송 참여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12시께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후소송 헌법소원을 낸 청소년·시민단체·영유아 등 소송 참여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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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기후대응 계획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이 지난 23일 열렸습니다.

기후소송과 관련해서 헌재에서 공개변론이 열린 것은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 최초입니다. 헌재에 한해 제기되는 사건만 2000건 이상. 이중 헌재가 공개변론을 여는 경우는 채 10건도 되지 않습니다.

헌재가 기후위기 헌법소원과 관련해 공개변론을 열었단 뜻은 그만큼 정부의 기후대응 상황을 헌법 차원에서 논의할 필요성이 크다고 봤단 뜻입니다.

이번 기후소송의 쟁점은 여러 가지입니다.

대표 쟁점 중 하나는 2030년까지 국가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까지 감축하도록 한 현재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충분한가입니다.

청구인 측은 현재의 감축목표가 불충분할뿐더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합니다. 나아가 미래세대에게 과도한 감축 부담을 떠넘긴단 것이 청구인 측의 설명입니다.

반면, 정부 측은 현재의 감축목표가 충분하단 입장입니다. 또 아직 발생하지 않은 기후재난 가능성만으로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단 것이 정부 측의 말입니다.
 
헌법소원은 국가의 공권력 행사나 불행사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에 헌법재판소에 제소하여 그 침해된 기본권의 구제를 청구하는 제도다.
 헌법소원은 국가의 공권력 행사나 불행사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에 헌법재판소에 제소하여 그 침해된 기본권의 구제를 청구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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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축목표 과소 설정, 기본권 침해"… 기후헌법소원 현황은?

이날 공개변론은 2020년 3월 기후환경단체 청소년기후행동이 헌재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지 약 4년 만 1개월 만에 열린 것입니다.

공개변론은 헌재에 제기된 다른 기후소송 3건을 모두 병합해 진행됐습니다.

현재 병합해 진행되는 기후소송은 ①2020년 청소년기후소송 ②2021년 시민기후소송 ③2022년 아기기후소송 ④2023년 제1차 탄소중립기본계획 헌법소원 등입니다. 전체 원고 수는 255명입니다.

4건 모두 법령이 정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과소 설정돼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단 취지로 제기됐습니다.

1. 청소년기후소송
2020년 3월 13일 청소년기후행동 회원 19명이 제기했습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7년 대비 24.4% 감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현 탄소중립기본법)이 위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즉, 감축목표가 소극적이란 것.

이로 인해 청구인들의 생명권과 환경권 그리고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2. 시민기후소송
그러던 중 정부는 2021년 9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을 탄소중립기본법으로 대체합니다. 또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0 NDC)를 2018년 대비 35% 줄이는 것으로 법제화합니다.

이에 기후위기비상행동·녹색당·진보당 등 시민단체와 정당들은 "현재의 탄소중립기본법은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는 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목표치가 탄소예산을 근거로 하지 않는단 것이 단체의 주장입니다. 탄소예산은 지구 기온을 특정 온도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 인류에게 허용된 온실가스 총 배출량을 말합니다.

나아가 단체는 "탄소중립기본법이 실질적인 기후대응을 할 수 없는 법률"이라며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방기한 위헌적 법률"이라며 그해 10월 헌법소원을 제기합니다.
 
3. 아기기후소송
2022년 6월에는 5세 이하 영유아 등 62명으로 구성된 소송단이 일명 '아기기후소송'을 제기합니다.

아기기후소송단은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이 아기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재에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이는 정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해당 감축목표가 소극적이기에 아기들의 생명권과 건강권 나아가 행복추구권까지 침해한단 것입니다.

4. 탄소중립기본계획 헌법소원
2023년 7월에는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와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 등은 '제1차 국가 탄소중립기본계획'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합니다. 해당 계획은 작년 4월에 발표됐습니다.

두 단체는 탄소중립기본계획의 계획기간이 2030년까지의 목표만 있을 뿐, 2031년부터 2042년까지의 계획이 없단 점을 지적했습니다. 탄소중립기본계획은 20년을 계획기간으로 기본계획을 세우도록 돼 있습니다.

재원 조달 방식이 미흡하단 점도 문제로 제기됐습니다.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후헌법소원 공개변론을 앞두고 청구인들들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기후소송 공동대리인단을 맡은 윤세종 변호사가 발언하는 모습.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후헌법소원 공개변론을 앞두고 청구인들들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기후소송 공동대리인단을 맡은 윤세종 변호사가 발언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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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소송 청구인단 "이제는 '위기'가 아닌 '판결'의 시간"

"기후변화는 우리 사회의 근본을 뒤흔드는 위기다. '안정된 기후에서 살아갈 권리'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환경권의 가장 근본적인 내용이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의무다."

기후소송 공동대리인단의 윤세종 변호사는 이날 헌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윤 변호사는 "이 사건의 쟁점은 복합하지 않다"며 "청구인들이 묻고자 하는 것은 '지금처럼 해도 우리 사회는 괜찮은가'란 질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헌재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해왔다"며 "국회와 정부의 기후대응 실패가 우리 국민, 특히 다음 세대의 기본권 침해로 이어지는 지금, 어느 때보다 헌재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공개변론에 앞서 소송에 참여한 청소년·시민단체·영유아 등 청구인 측은 헌재에 하루빨리 결정을 내려달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청소년기후소송 측 원고인 김서경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헌법소원은 늘 진행 중이었다"며 "국가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정부와 국회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외치는 것 뿐이었다"고 피력했습니다.

2022년 6월 정부를 상대로 기후소송을 제기한 김나단 학생 역시 헌재를 찾았습니다.

2013년생인 김나단 군은 소송 제기 당시보다 키가 30㎝ 자랐단 점을 언급하며 "헌법재판관님들은 하루라도 더 빨리, 늦기 전에 우리가 살아갈 권리를 지켜달라"고 말했습니다.
 
기후헌법소원 첫 번째 공개변론이 열린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소송 청구인 등 관계자들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기후헌법소원 첫 번째 공개변론이 열린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소송 청구인 등 관계자들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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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총 2차례의 공개변론을 비롯해 청구인과 정부 측이 각각 낸 의견서를 심리할 예정입니다. 이후 탄소중립기본법 등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판단합니다. 헌재가 법률 위헌을 결정하기 위해선 재판관 9명 중 6명이 찬성해야 합니다.

한편, 한국 헌재의 판단은 주변국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2019년 네덜란드 대법원이 정부의 감축목표가 기본권을 침해한단 판결을 내린 뒤, 2021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역시 해당 판결을 참고해 판결을 내렸습니다. 당시 독일 헌재는 자국 내 기후보호법이 위헌이라고 판결했습니다.

결국 독일 정부는 판결에 따라 2030년까지 배출량 감축목표를 65%로 강화하고, 2040년까지 88%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니엄이 미국 컬럼비아대 법학전문대학원 산하 사빈센터를 통해 확인한 결과,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전 세계 기후소송 건수만 661건에 이릅니다. 이는 미국은 제외된 숫자입니다.

661건 중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에 제기된 기후소송 건수만 40건에 이릅니다.
인도네시아가 15건으로 가장 많습니다. 이어 인도(12건), 일본(5건), 네팔(4건), 중국(3건), 대만(1건) 순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윤 변호사는 "(이번 소송은) 기후변화라는 중대한 위협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틀 안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전 세계적인 흐름 위에 서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세계 각국의 최고법원이 기후변화가 인권과 기본권의 문제이고, 과학적으로 요구하는 감축목표를 세우지 못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 위반이라는 판단을 연이어 내리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윤 변호사는 이어 헌재의 판례가 아시아 주변국들에게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피력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후테크·순환경제 전문매체 그리니엄(https://greenium.kr/)에도 실립니다


태그:#기후소송, #헌법재판소, #헌법소원, #기후위기, #미래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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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기후위기라고 생각함.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기술과 토론이 답이라고 생각. 사실과 이야기 그리고 문제의 간극을 좁히고자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 중. ■ 이메일 주소: yoon365@greenpuls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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