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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지난 3월 중순 '자율적수업혁신방안'을 각 시도 교육청에 배포하여, 자율적수업혁신의 핵심기제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지금까지 보기 힘든 매우 강력한 이익 제공으로 많은 교육감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관련기사: '다운 건수' 따라 교사에 인센티브?... 교육부의 이상한 정책 https://omn.kr/28i8g).

인센티브의 핵심 내용은 교사가 수업 동영상을 교육부가 정한 홈페이지에 올리면,  다운로드 횟수를 기준으로, 최소 10만 원에서 500만 원까지 현금성 예산인 맞춤형복지비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맞춤형 복지의 성격이 교육감이 편성권을 갖고 있는 예산으로 공무원의 복지를 고려한 보편적 예산인데, 이 예산을 경쟁을 통한 성과금으로 차등 집행할 수 있는가 등의 논란이 있지만, 일단 현장에서는 이 정책의 우려와 함께 일부에서는 기대도 있는 것 같다.

교육부 일각의 정책 도입 배경을 들어 보면, 처음 시작은 교육부총리의 차담회에서 나온 교사들의 요구를 바탕으로 시작되었다. 요즘 젊은 교사들이 다른 직종에 비해, 전문직으로서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으며, 서이초 사건처럼 각종 민원과 격무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보상책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노력한 만큼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며, 미국에서도 AP시험 결과에 따른 인센티브제도(12개주가 AP시험에 합격한 학생과 그 학생을 지도한 교사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2012년현재) 등이 있어서, 교사들의 노력에 보상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그동안 자율적수업공동체 운동을 주도해 왔던 일부 현장 활동가들은 적절한 인센티브는 필요하며, 그동안 기대보다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교사의 자율적 혁신운동에 대한 회의(?)가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종 인센티브나 인사 가산점 등을 거부하는 등, 너무 청교도적인 태도로 수업혁신운동과 혁신학교 운동을 전개해 온 탓도 있다는 비판도 하고 있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 광주광역시교육청 디지털교육사진 공모전 우수작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 광주광역시교육청 디지털교육사진 공모전 우수작
ⓒ 광주광역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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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국가 정책적으로 수업 동영상 다운횟수에 따라 현금성 예산인 50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전무후무한 이런 정책을, 일국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부가 할 수 있는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 정책의 배경에는 소위 시장주의에 대한 맹신이 강하게 똬리를 틀고 있다. 더 나아가 인간은 성과 보상이라는 인센티브 기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자본주의적 믿음도 자리잡고 있다. 문제는 시장화, 이익보상이라는 동기로 해결할 수 없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가격으로, 돈으로 교환가치를 상정할 수 없는, 거래 불가능한 그런 '어떤 것'이 있을 수 있다는 측면이다. 
  
과연 교사의 수업 행위에는 무엇이 있길래, 수단적 가치를 넘어서, 목적 그 자체로서 고귀한 가치가 존재하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그 '어떤 것'이란 도대체 무엇인가의 질문을 낳게 한다. 

필자가 좋은 수업 담론의 위기라고 부르는 까닭은, 그동안 속칭 수업기술주의 담론에 맞서서, 수업공동체주의 운동(교사의 1인 퍼포먼스를 극복하고, 소외없는 수업을 위한 실천 방안을 자율적 공동체성을 기반으로 모색하자는 운동)을 강하게 전개해 온 현장 활동가들부터, 교육부의 이런 정책에 대한 건강한 토론과 비판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말한 것이다. 

그동안 수업 공개라는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라는 1회성 보여주기식 수업행사에서, 교사들의 자발적인 공동연구와 공동실천, 학생 성장 중심의 본질지향의 수업연구문화를 추구해 온 바 있다. 이 운동은 탑다운 방식이 아니라, 이른바 현장의 자발성에 근거한 운동으로, 교사의 삶과 학생의 삶이 수업이라는 과정을 통해, 살아가는 힘을 길러줄 수 있는 관계성이 건강하게 확장되는, 교육 과정의 총체적 실현으로서 수업이 자리매김 하고 있다. 

교사의 수업행위는 학생의 삶을 총체적으로 받아내는 고단한 과정이며, 강한 책임과 소명의식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좋은 수업의 핵심에는 단 한 명의 학생도 교육과정에서 소외시키지 않겠다는 강한 책임감과 섬세한 관찰과 성실성을 요구한다. 이러한 장면을 한 차 시의 수업 영상으로 담을 수 없는 것이다. 목적 도달여부로 수업의 성공과 실패를 판단하는 수업기술주의자들은 아주 오랫동안 교육공학적인 효과성으로 좋은 수업을 재단해 왔다. 만일 인센티브가 핵심 기제라면 이에 동의하지 않는 많은 교사들을 타성에 젖게 할 것이며, 사실상 교사의 자발적 운동은 급격하게 무너질 것이다.

500만 원을 받는 교사와 이에 무관심한 교사의 차이가 교사의 자질 문제라며 압박하고 싶은 정책 기제가 보인다. 현장의 생태적 환경을 깊이 들여다보지 않는 이런 정책은 결과적으로 더 많은 돈을, 더 많은 이익보상을 제공하고도 현장은 아무런 변화가 없는 부도 사태를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의 현금성 정책은, 여전히 교사들의 이익을 자극하여, 획일적 수업으로 표준화하고,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다. 이것은 열린수업 등 그동안 수차례 실패했던 정책이었고, 원인은 정작 수업의 당사자이고, 모든 것을 주관하고 있는 교사를 대상화 했기 때문이다.

인센티브는 필요한 측면이 있다. 인간의 본성을 부정하자는 말이 아니다. 아이들이 라면을 좋아한다고 맨날 라면만 먹일 수는 없다. 수업행위의 전문가인 교사가 보람과 긍지를 느낄 수 있게,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수업연구년제나 수업연구실 확보, 학위지원 등 연구활동 지원, 자발적수업연구모임 지원, 승진 체계에 있어서 수업과 행정의 분리, 수업연구법제화 등 좀더 구조적으로 접근할 일이 많음에도, 얄팍한 당근 정책으로, 애매한 예산을 쏟아부으며, 교사들의 자존감과 사기를 꺾을 일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태그:#수업기술, #수업공동체, #수업, #인센티브, #좋은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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