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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들에게 죽음 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에 워크숍을 했습니다. 세상에, 어린이에게 죽음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는 이야기를 어린이날에 하다니, 그 이유가 혹시 궁금하신가요?
 
24년 5월 5일 초등학생 죽음 교육의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연린 온라인 회의. 200명 정도 참가했다.
 24년 5월 5일 초등학생 죽음 교육의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연린 온라인 회의. 200명 정도 참가했다.
ⓒ 장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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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약 200명이 참석한 이번 온라인 워크숍을 준비하고 진행한 사람들은 두 팀이었습니다. 한 팀은 영국에 소재를 둔 옥스포드 휴먼스라는 비영리 학술단체이고, 다른 한 팀은 그림책으로 데스(Death, 죽음)를 함께 이야기하는 모임 '그데함'이었습니다. 두 팀은 약간 다른 지점에서 출발해서 한 곳에서 만난 셈입니다.

옥스포드 휴먼스는 죽음에 대한 학문적 및 영적 이해를 기반으로 개인과 사회가 죽음을 극복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설립되었습니다. 정신과 의사 출신인 피터 펜윅 박사를 회장으로, 한국인 지영해씨(신학자. 현 영국 옥스포드대학 교수)와 조명진씨(내과의사. 현 영국 더럼대학교 의료인문학연구소 펠로우)를 각각 단장과 프로그램 부장으로 하는 이 학술단체는 2022년에 설립된 이후 죽음과 관련된 각종 온라인 포럼과 강연회를 영국과 한국에서 시행해 오고 있습니다.   그데함이라는 모임은 초등학교 교사로서 그림책으로 초등학생들과 수십년 동안 만나온 임경희 선생님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다양한 주제의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문자를 중심으로 하는 교과서는 어려워 하는 아이들이 그림을 중심으로 하는 그림책에 대해선 흥미를 느끼면서 수업에 적극 참여하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선생님은 그림책에 어떤 특별한 교육적 힘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림책은 여러 주제 중에서도 특히 죽음에 대해 아이들이 표현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교육적 효과가 크다는 것을 선생님은 점점 더 깨닫게 되었습니다. 죽음은 우리 모두가 두려워하는 주제이기 때문에 말도 못 꺼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만일 어느 아이가 부모를 잃는 경험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 사회는 아이들에게 죽음에 대한 표현의 기회를 막아버립니다. 그런데 부모의 죽음이라는 엄청난 고통을 경험한 아이들이 그것에 대해 말조차 꺼내지 못하면 그 고통이 내면에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됩니다. 그리하여 그 아이는 정서적인 상처 때문에 다른 사람과 친밀한 신뢰 관계를 맺는 것을 두렵고 힘들게 여기게 됩니다.

교육기본법에서 교육의 목표는 민주시민의 양성인데요, 저런 상처 때문에 다른 사람과 관계 맺기를 힘들어한다는 것은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됨을 뜻합니다. 여기에서 바로 초등학생에 대한 죽음 교육의 필요성이 나옵니다.

즉, 초등학생에 대한 죽음 교육은 죽음이라는 성찰의 소재를 통해 삶을 잘 살아가는 지혜와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죽음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써 삶의 소중함과 현재의 중요성 및 자신과 타인의 감정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되고, 이를 표현하고 들음으로써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방법을 배우고, 더 나아가 신뢰에 바탕을 둔 인간관계를 맺는 능력을 기르게 됩니다.

이런 면에서 죽음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하는 것은 민주시민의 양성이라는 우리 교육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는 매우 효과적인 교육의 방법이 되는 것입니다.
 
초등학생에 대한 죽음 교육이 필요한 이유
 초등학생에 대한 죽음 교육이 필요한 이유
ⓒ 장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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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죽음 교육은 대부분의 초등학생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직간접적으로 죽음을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단지 본인의 가족이 죽는 것만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어떤 반의 한 아이의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반 아이들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척 침묵하게 됩니다. 우리 사회가 그렇게 강요하니까요.

그런데 엄마를 잃은 친구의 고통을 알면서도 침묵하고 모른 척했다는 자책감을 반 아이들은 느끼게 되고, 이런 자책감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으면 이 또한 아이들의 성장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우리 모두는 죽음을 늘 가까이에서 보면서도 못 본 척하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론은 간단합니다. 죽음에 대해 얘기하자는 겁니다. 초등학생 아이들이 죽음에 대해 표현할 기회를 주자는 겁니다. 그렇게 죽음에 대해 잘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서 서로 공감과 위로를 주고받을 수 있는 아이들로 키우자는 겁니다.

이런 초등학생 죽음 교육의 목표를 고려할 때 그림책은 매우 특별한 지위를 가집니다. 문자로만 이루어진 책이 지식에 가깝다면 그림책은 예술에 가깝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공부라는 것은 대부분의 초등학생들에게 기쁨의 원천이 아니라 스트레스의 원천입니다.

그래서 점점 더 많은 비율의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입을 닫아버리고 있습니다. 5개 보기 중에서 한 개만 정답인 이 나라에서 틀린 답을 말하는 것은 죄악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만일 죽음 교육을 이론적으로 접근한다면 아이들은 이마저도 스트레스를 주는 공부의 일종으로 간주하고 표현하기를 거부해버릴 겁니다.

그러므로 공부가 아닌 놀이, 지식이 아닌 예술로 여겨질 수 있는 그림책이 죽음 교육을 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으로 보입니다.
 
초등학생에 대한 죽음 교육에서 그림책이 효과적인 이유
 초등학생에 대한 죽음 교육에서 그림책이 효과적인 이유
ⓒ 장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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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5일의 워크숍은 초등학생 죽음 교육에 대한 다섯 차례 워크숍의 첫 번째였습니다. 그래서 이날 이야기는 초등학생 죽음 교육의 필요성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했습니다.

이날 워크숍에 참가한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초등학생 죽음 교육이 필요한 이유를 말해주었습니다. 그 발언의 내용은 위에서 언급된 것과 비슷했는데요, 구체적인 사례들을 담고 있어서 훨씬 더 큰 울림과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초등학생 대상 죽음 교육의 방법과 교육자 양성 방법 등에 대해서는 이후 한 달에 한두 번씩 이어질 워크숍에서 다루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이어질 워크숍이 우리나라에서 초등학생 죽음 교육을 제도화하는 역사적 계기가 되리라 예상됩니다.

태그:#초등학생, #죽음교육, #그림책, #지영해, #임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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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의민주주의 환경연구소장, 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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