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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윤석열 대통령이 축사를 할 때  R&D 예산과 관련해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을 향해 항의를 하던 중 제지를 당하고 있다. 2024.2.16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대통령에 항의하다 입 틀어막힌 KAIST 졸업생 16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윤석열 대통령이 축사를 할 때 R&D 예산과 관련해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을 향해 항의를 하던 중 제지를 당하고 있다. 2024.2.16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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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대표에 이어 이번에는 국민이다. 지난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카이스트 졸업식장에서 카이스트 석사 졸업생인 신민기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이 정부의 R&D 예산 삭감 정책에 항의를 표하자 대통령 경호처에 의해 입이 틀어막힌 채 끌려나가는 일이 벌어졌다.

이 사태에 대해 대통령실은 "순수한 행사마저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했고 국민의힘은 "정당한 의사표시와 선동적이고 고의적인 행사 방해 행위는 명백히 구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졸업식 행사를 신 대변인이 정치적 목적을 지닌 항의 표시로 방해했다는 비판이다.

R&D 예산 삭감과 전세사기 문제에 정부는 없었다

하지만 과학계와 이공계 대학원생들은 지속해서 정부의 R&D 예산 삭감에 간담회를 열고 기자회견을 하는 등 정당하게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 11월 윤 대통령이 참석한 대덕연구개발특구 50주년 미래비전 선포식에서도 전국공공연구노조는 적법한 피켓 집회를 통해 R&D 예산 삭감을 항의했다. 그때 역시 대통령 경호처가 대형버스 3대를 동원해 집회 참석자들과 피켓을 가로막았다는 게 전국공공연구노조의 설명이다.

이렇듯 비판이 끊이지 않았음에도 윤 대통령은 "연구 현장의 우려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을 뿐 그들의 우려를 반영하진 않았다. 그렇게 2024년 R&D 예산은 2023년에 비해 4.6조 원이 삭감됐고 당장 얼마 되지도 않는 월급이 반토막났다는 청년 대학원생들의 하소연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앞날이 밝아 보이지 않는 청년들은 비단 이공계 대학원생들뿐만이 아니다. 지난 12월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전세사기 피해자 9109명 중 6553명이 20·30대 청년층으로 전체 피해자의 약 72%였다.

전세사기로 평생 모은 재산이 한순간에 사라진 수천 명의 청년은 하루라도 빨리 실질적인 해결을 원하고 있지만, 아직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23년 6월부터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됐지만,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 받기 위해선 일정한 요건을 충족해야만 한다. 일각에서는 바로 이 요건이 까다로워, 피해구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 스스로 "전세 사기는 피해자 다수가 사회 초년생인 청년들로, 미래세대를 약탈하는 악질적인 범죄"라고 말했지만 정작 피해자들은 정부로부터 제대로된 지원을 받지 못한 채 고통에 신음 중인 것이다.

저출생·고령화 문제 해결, 대통령의 의지는 어느 정돈가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주형환 부위원장·최슬기 상임위원 위촉장 및 박상욱 과학기술수석비서관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주형환 부위원장·최슬기 상임위원 위촉장 및 박상욱 과학기술수석비서관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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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024년 합계출산율이 0.68명으로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70대 이상 인구는 사상 처음으로 20대 인구 수를 넘어서는 등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저출생, 고령화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23년 3월 윤 대통령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회의를 대통령으로서 7년 만에 주재하자 저출생·고령화 문제에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환영과 기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그러한 기대와 달리 이후 저고위 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역할을 찾긴 어려웠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새해 첫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객관적인 자료 없이 의견에 기반한 막연한 대책은 수백조 원을 쏟아부은 전임 정부와 다를 바 없는 것"이라며 "원인 진단부터 다시하라, 데이터를 다루는 전문가를 모셔라"며 저고위를 질책했다고 한다. 이후 김영미 저고위 부위원장이 해임되고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신임 부위원장으로 위촉됐다.

하지만 어느 인물이 저고위 부위원장을 맡든 달라지지 않는 사실이 있다. 바로 저고위의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저고위 위원장인 윤 대통령이 저고위 활동에 별다른 지원도, 관심도 쏟지 않고 질책만 한다면 해결은 요원하다. 저출생·고령화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싶다. 

청년들의 비판 무시한다면... 그 결말은 어떨까 

최근 이승만 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바라본 영화 <건국전쟁>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말이 많다. 윤 대통령도 해당 영화에 대해 "우리나라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는 기회"라고 호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영화에는 이승만이 병원을 방문해 4.19 혁명 당시 부상당한 학생들을 위로하며 울먹이는 장면이 나온다. 김정렬 전 국무총리는 이승만이 학생들을 향해 "부정을 보고 일어나지 않는 백성은 죽은 백성이지, 이 젊은 학생들은 참으로 장하다"라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장기집권을 위해 헌법을 두 차례나 유린한 이승만이지만 적어도 불의에 항거한 청년들을 마주하자 최소한의 죄책감은 있었던 셈이다. 윤 대통령은 어떤가. 끌려나가는 청년의 모습을 바라보고도 아무 일 없듯이 축사를 마쳤다.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대통령과 정부를 향한 청년들의 비판은 단순히 대통령과 정부가 미워서가 아니다. 지금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자는 조언이자 또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 담긴 비명이다. 이에 귀기울이기는커녕 정략적인 비난으로 치부한 채 무시로 일관한다면 윤 대통령은 역사에서 어떻게 평가될까.

태그:#윤석열, #카이스트졸업식, #RD예산삭감, #전세사기특별법, #저출산·고령화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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